[이법저법] 도망치던 현행범 제압했더니 “폭행죄로 고소한다”…처벌 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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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성 조각사유와 정당행위의 기준

김종현 법무법인 지오 대표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얼마 전 길을 걷던 중 한 명의 남자가 경찰에게 쫓기는 모습을 봤습니다. 현행범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발을 걸어 넘어뜨렸고 몸을 제압했습니다. 저항이 심해서 얼굴을 한두 대 주먹으로 내려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경찰에게 현행범을 잘 넘겼는데, 며칠 뒤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범인이 그날 사고로 인해 얼굴과 어께를 크게 다쳤다며, 저를 폭행죄 또는 상해죄로 고소한다는 겁니다. 단지 범인 검거에 협조했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처벌받게 되는 걸까요?

타인에게 폭행을 휘둘러서는 안 되지만 정당방위 등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법에서 정하는 ‘정당행위’의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경우 처벌은 피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당행위가 위법성 조각사유에 포함이 되는지 김종현 법무법인 지오 대표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 경찰이 아닌 일반 시민인 제가 현행범을 잡아도 될까요?

A.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관 등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그 자리에서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현행범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물리력을 행사해 현행범의 도주를 막거나 행동을 제지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완력이나 포박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경찰에게 쫓기던 이 남자도 현행범인가요? 현행범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A. 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인이라 하는데, 형사소송법은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을 때’ 추적을 당하는 자를 현행범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흉기나 그 밖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 ‘신체나 의복류에 증거가 될 만한 뚜렷한 흔적이 있을 때’, ‘누구냐고 묻자 도망하려고 할 때’ 등을 현행범의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Q. 이 현행범의 저항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주먹질을 몇 번 했습니다.

A. 도주하는 현행범 제지를 위한 불가피한 폭력이라고 하지만, 어쨌건 상대방의 신체에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고의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범행 성립에서 고의성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에서 사례자의 행동은 폭행죄나 체포·감금죄의 성립 요건으로서의 ‘고의’가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Q. 그렇다면 저는 폭행죄로 입건될 수 있는 건가요?

A. 타인의 신체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 자체에 고의성이 인정돼 형법상의 폭행죄나 체포·감금죄에 해당합니다. 다만,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정도의 물리력 행사는 정당행위로 인정되어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법적으로는 형벌 규정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는 경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Q. 정당행위로 간주되면 법적 처벌을 피할 수도 있겠네요. 모든 정당행위는 마찬가지인가요?

A.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무기를 행사하거나 체포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상해를 가하는 등의 사회상규상 정당행위의 정도를 벗어난 경우라 판단된다면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범행동기에 양형상 참작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처벌 수위는 낮아질 수는 있습니다.

Q. 이 사례에서 정당행위는 어디까지 허용이 될까요?

A. 일반 국민이 현행범을 체포했다면 지체 없이 검사 또는 경찰에게 인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을 체포했고 이미 제압을 했음에도 경찰에 인도하지 않고 사적인 보복을 가한다면 정당행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폭행죄나 체포감금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Q. 만약 이 현행범이 저를 폭행죄로 신고한다면 합의를 시도해볼까 합니다. 두 사람이 합의를 이룬다면 제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요?

A. 형법상 폭행죄나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가해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현행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정당행위로 인정받지 못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받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한다면 검사로부터 ‘공소권 없음’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공소기각의 판결을 받게 됩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김종현(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지오 대표 변호사

김종현 변호사는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대한법률구조공단과 법무부에서 근무하며 행정법과 형사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현재 법무법인 지오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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