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10명 중 3명 ‘주가조작’ 유혹 [세력, 계좌를 탐하다]①

입력 2023-06-07 07:00 수정 2023-06-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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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6-07 05: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자본시장 업계 종사자 100명 대상 익명 설문조사
응답자 중 약 10% 주가조작 의심 제안 실제로 받아
일부 “목격했다” 답하기도…‘금전’ 보상 가장 많아

한국 증시 개장 이래 최초로 적발된 불공정거래 사건은 바로 ‘광덕물산’이다. 1988년 5월 증권관리위원회는 광덕물산 대표이사의 내부자거래 혐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당시 종합지와 경제지 1면을 장식할 정도로 자본시장에 상당한 파장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3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는 끊이지 않는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리고 있다.

올해 금융시장을 뒤흔든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동학개미(국내 주식 개인투자자)에게 주가조작의 악몽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자본시장 업계 종사자 10명 중 3명(중복 응답)은 직간접적으로 주가조작 제안을 받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본지가 자본시장 업계 종사자 100명(증권·자산운용사, IPO, 회계, IR·PR컨설팅, M&A, 독립리서치, 사모펀드, 상장·비상장기업, 벤처투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익명 설문조사 결과, 9%는 주가조작 혹은 주가조작으로 의심될 만한 제안을 타인으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20%는 주변 사람 혹은 업계 사람이 주가조작 제안을 받았다는 사례를 듣거나 목격한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주가조작을 제안한 이는 개인투자자(30%), 지인(25%), 상장사 임직원(20%) 등의 순으로 많았다. 고객이나 리딩방, 전문브로커가 제안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주가조작 세력이 제안한 보상은 ‘금전’(55%)이 가장 많았다. 사례금 3억 원을 제시하거나 이익금의 N%, 시가총액 상승분의 일정 비율을 주겠다고 했다는 구체적인 답변도 있었다. 또 주가조작 시나리오 공유, 투자 참여 등을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 ‘미협조 시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협박해 온 경우도 있다고 응답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제시한 수법은 호재성 이슈로 주가를 부양한 뒤 인위적 수급을 통한 시세 조종(41%)이 가장 많았다. 이어 미공개 정보이용(12%), 폰지식(다단계) 리딩투자유도 (12%), 물량 잠그기(주식을 매입만 하고 팔지 않는 유형)를 통한 주가 부양(6%), 전환사채(CB)를 활용한 주가 부양(6%) 등의 수법이었다.

응답자들은 주가조작과 관련해 국내 자본시장 제도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았다.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는 감시 시스템 △부족한 인력 △뒤늦은 당국의 대책 수립 △개인 투기심리 △업계의 도덕성 결여 △부정확한 정보 범람 등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반복되는 주가조작을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 △불법이득에 대한 환수 △선진화된 감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사투자자문업자와 유튜버 등 제도권 밖에 있는 시장참여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제재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이상징후 포착 시 공시와 같은 즉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발제도 활성화, 상·하한가 제도 확장, 전 종목 공매도 기능 부여, 공매도 실명제 도입, 상장사 임직원 대상 교육 확대 등도 거론됐다.

설문에 응답한 자본시장 관계자 한 명은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신뢰를 저하시킨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고, 이는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가조작은 강력범죄와 같은 수준으로 다뤄야 할 중대범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처우 개선과 직접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의 투자를 양지로 끌어내 음성적 유혹을 차단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의 활성화로 개인 일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그동안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펀드사태를 비롯한 자본시장내 각종 논란이 기관투자가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이어졌고, 이에 기관을 믿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을 쫓아 불공정거래 유혹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주가조작을 뿌리째 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주가조작 예방이 근본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다”라며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안 걸리고 어떻게 당국에서 모두 잡아낼 수 있겠는가. 걸린 사람만 재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규제가 강화될수록 이를 악용하는 상황이 더 커질 것이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 사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진다면 자본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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