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의 불길한 징조…17년 만의 ‘슈퍼 콘탱고’

입력 2023-05-24 13:09 수정 2023-05-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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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현물·선물 가격 차이 2006년 이후 최대
가격, 한 달 새 11% 하락…작년 11월 이후 최저
중국 경제회복 부진, 서방 제조업 둔화 여파로 수요 급감
달러화 강세, 공급 개선도 가격 하방 요인

구리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가 17년 만에 최대로 벌어지는 ‘슈퍼 콘탱고’가 발생했다. 중국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한 데다 미국·유럽도 경기둔화 여파로 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구리 재고가 급증한 여파다. 경기변동에 민감해 경제 상황 가늠자로 알려진 ‘닥터 코퍼’가 세계 경제에 불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3개월물 선물보다 66달러 저렴하게 거래됐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는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일명 ‘슈퍼 콘탱고’가 일어난 것이다. 콘탱고는 선물이 현물 가격보다 비싼 현상을 일컫는데, 수요 부족 또는 공급 과잉으로 저장 비용이 증가하면 이 가격 차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즉 슈퍼 콘탱고가 생긴다.

구리 가격은 한 달 새 11% 급락해 톤당 8000달러(약 1053만 원) 선까지 밀리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재고가 급증하면서 현물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연초 구리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25% 이상 뛰며 1만 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 경제 회복세가 반짝 반등 이후 꺾이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자 구리 가격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구리는 건설, 인프라, 가전제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실물경제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영국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의 알 문로 금속 전략가는 “지난 수년래 올해가 최악”이라며 “강세장 시나리오의 배경이었던 중국 경기회복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년에 걸친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과 유럽의 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구리 재고가 급증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여겨졌던 중국마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비금속 중개업체 스톤엑스의 나탈리 스콧-그레이 애널리스트는 “구리 가격 움직임은 미국 달러 가치나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보다 실물 수요 약세에 주도되고 있다”며 “수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타격을 입었고, 그것이 구리 현물과 선물 가격 차를 벌린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서방의 제조업 둔화와 중국 회복세 부진을 이유로 올해 구리 가격 전망을 톤당 9750달러에서 8698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반영된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달러화 강세도 구리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 가격이 비싸지는 효과가 나타나 수요는 감소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2%가량 상승했다.

수요가 둔화한 반면 공급 상황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가격 하향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주요 구리 생산국들이 포진한 남미의 공급 불안이 완화되는 추세고, 세계적 구리 산지를 끼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텐케 풍구르메 광산(TFM)도 세금 분쟁을 매듭지으면서 공급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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