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카카오·애플이 인재개발에 던진 시사점

입력 2023-05-08 05:00 수정 2023-05-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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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A은행에 취업하기 위해 최종 면접을 보던 시절 얘기다. A은행 임원은 필자를 포함해 최종 면접에 오른 지원자 5명에게 A은행이 가장 경계해야 할 기업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다른 지원자들이 B은행, C은행이라고 답변한 후 차례가 돌아왔다. 필자는 A은행의 가장 유력한 경계 대상은 첨단기술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 있게 첨단기술을 답했지만 같이 앉아서 최종 면접을 보던 지원자들이 이내 킥킥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면접을 보던 이 은행 임원은 금융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지원한 것이 맞느냐며 압박을 가했다. 첨단기술 기업을 경계 대상으로 강조한 필자의 생각이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하며 조롱을 보낸 것이다.

그 면접에서 탈락은 당연히 내 몫이었다. 그러나 당시 다른 지원자가 어이없어하고 면접위원이 금융업을 정확히 이해한 후 오라고 훈계한 상황에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미 은행 영업점에 방문하는 젊은 고객은 감소한 상황이었고 포털 등 인터넷에서 대중여론이 조성되고 있었기에 내 주장에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서두가 길었다. 결국 금융의 전문성은 금융지식이며 동종업계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 기업들은 IT기업 카카오가 금융업에 진출하자 1차 타격을 받았다. 모바일 플랫폼기업인 카카오가 금융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도 없었지만, 카카오가 뱅크를 만들어 금융업의 경계선을 무너뜨릴 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IT기업, 금융업 경계 무너뜨려

뒤이어 애플이 지난달 중순 연 4.15% 이자가 붙는 애플카드 저축계좌를 출시하며 금융업에 2차 타격을 선포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미국 대형은행 골드만삭스와 상호협력을 선언, 저축계좌를 고객에게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6개월 만에 평균 예금금리의 11배가 넘는 연 4%대의 이자 제공 저축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미국에서도 꾸준히 진행되는 은행 파산의 흐름 속에서 중소형 은행들은 애플 예금의 등장에 쇼크를 먹은 상황이다. 애플은 카드, 송금, 대출, 예금 등 은행과 카드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2004년 이종업계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 답변에 코웃음 치고 훈계를 한 은행 임원의 생각이 궁금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최근 IT기업 임원을 만나 대화하던 중, 해당 임원이 국내 대학 졸업생 중엔 인재가 없다는 푸념을 전했다. 요즘 신입사원은 좋은 대학을 졸업했어도 틀에 박힌 생각 그리고 교과서로 외운 지식 이외 그 밖의 영역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었다. 경력사원을 뽑는 게 훨씬 더 낫다는 것이 임원의 생각이었다.

기업뿐 아니라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격변하기에 교과서로 정의한 지식은 구식화된 지 오래다. 그래서 기업에서도 업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개념, 산업의 경계선을 재정의할 수 있는 역량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기업 임원들을 만나보면 암기해서 테스트하는 정형화된 시험 말고 생각하고 고민해서 풀 수 있는 문제 그리고 수업에서도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학생들과 더 많이 토론하고 논의하는 수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암기를 잘 한다고 해도 생성형 AI에 상대가 되지 않기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길러 달라는 요구다.

다양성·창의성 키우는 교육을

학생들의 생각 역시 다르지 않다. 학생들도 수업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얘기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암기형 시험보다 비판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험을 더 선호한다고 답변한다. 정형화된 지식보다 제품과 시장의 패러다임을 다른 관점에서 제시하는 개념설계 역량을 기업이 요구한다는 점을 학생들 역시 체감하고 있다.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기존의 개념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인재를 더 많이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시작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일단, 교수의 일방적인 가르침과 암기 위주의 정형화된 시험 방식만 내려놓자. 그리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경청하자. 개념설계는 학생들의 수많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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