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음성적으로 사라진다”...다르덴 형제가 ‘토리와 로키타’ 찍은 이유

입력 2023-04-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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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외국인 미성년자가 유럽으로 넘어온 뒤에 알게 모르게 음성적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어린아이들이 계속해서 사라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 피에르 다르덴(왼쪽), 뤽 다르덴(오른쪽) 감독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 피에르 다르덴(왼쪽), 뤽 다르덴(오른쪽) 감독

최초 내한 소식으로 한국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사회파 영화 거장 다르덴 형제가 27일 오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해 ‘토리와 로키타’ 연출의 배경을 이같이 전했다.

형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의 말에 덧붙여 동생 뤽 다르덴 감독은 “외국인을 겁내는 사람도 많지만 결국엔 적이 아닌 친구라고 생각했으면 한다”며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신작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출신 16살 소녀 로키타(졸리 음분두)와 11살 소년 토리(파블로 실스)의 고단하고 비극적인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생활여건이 어려운 고국을 떠나 가까스로 벨기에에 도착하지만, 정식 체류증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의 마약 심부름까지 해가며 악착같이 현지에 적응하려 한다.

노동 비자가 나오지 않고 시간만 흐르자 로키타는 본격적으로 마약을 재배하는 불법 시설에 갇혀 일하게 되고, 토리는 그를 몰래 찾아다닌다. 생존문제 앞에서 피를 나눈 사이보다 더 강하게 의지했던 두 주인공에게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건 물론이다.

벨기에 퇴락 공업도시 세랭(Seraing) 배경 작품 다수
다르덴 감독 “사회에 숨겨진 사람들 이야기 찍었다”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주) 영화사 진진)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주) 영화사 진진)

영화에는 로키타가 갇혀 일하는 밀폐된 마리화나 재배 시설과 그곳에서 수행하는 노동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동정을 배제한 채 사회적 약자의 혹독한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접근법은 관객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뤽 다르덴 감독은 이날 “마약반에서 일하는 경찰 친구의 도움을 받아 세트를 제작했다. 마리화나 재배지에서 갱단을 잡았을 때 경찰이 찍은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면서 “현존하는 마리화나 재배지와 정말 흡사하게 만들었다”고 치밀한 제작 준비 과정을 전했다.

궁지에 몰린 로키타가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등 비극적인 장면이 여럿 등장하지만, 다르덴 형제는 극단적인 생략 기법을 사용한다. 관객이 장면의 의도는 분명히 짐작하게 하되 자극적인 요소 자체를 볼거리로 삼는 연출은 완전히 삼가는 식이다.

이는 노동자, 이민자, 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온 다르덴 형제 작품의 특성이기도 하다.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주) 영화사 진진)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주) 영화사 진진)

영화적 배경이 자국 벨기에의 쇠락한 산업도시 세랭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그 중에서도 알코올중독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10대 소녀의 경제적 고군분투를 다룬 ‘로제타’(1999), 좀도둑질과 구걸로 살아가는 젊은 연인의 임신을 소재로 전개한 ‘더 차일드’(2005)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벨기에 세랑이라는 도시는 70년대까지만 해도 광산, 철광 산업으로 부유했던 도시지만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가난해졌다”고 설명한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지난 작품들을 통해 “사회(주류)에서 벗어나 있고,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으려 했다”고 말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을 거쳐 5월 10일 극장가에서 정식 개봉한다. 뤽 다르덴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모든 사람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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