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차별은 우리 무관심에서 시작했다"… 다큐 ‘차별’

입력 2023-03-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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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연출한 김도희, 김지운 감독 (왼쪽부터) (디오시네마)
▲'차별'을 연출한 김도희, 김지운 감독 (왼쪽부터) (디오시네마)
‘고교무상화 정책’, 고등학교 교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 청소년의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일본에서는 2010년부터 이 정책으로 열도 전역 고등학생에게 수업료 전액(공립)이나 취학지원금 월 약 1만 엔(사립)을 지원한다. 외국인 고등학교도 지원 대상이다.

이 정책에서 유일하게 배제된 곳이 ‘조선학교’ 10개교다. 아베 내각에 몸담았던 시모무라 문부과학성 장관은 2012년 12월 담화를 통해 “(아베) 총리로부터 지시가 있었다”고 배제의 배경을 확실히 했다. 조선학교는 친북계 재일조선인이 모여 결성한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이 운영하기에, 이곳 학생에게 취학지원금을 주면 그 돈이 북한 정부에 유리한 형태로 유용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차별하는 부당 행위임을 지적하는 소송이 곧장 제기된다. 2012년 오사카현, 아이치현의 조선학교 학생들이 원고가 돼 시작한 '고교무상화 제외 취소 소송', ‘국가배상 소송’은 2013년 히로시마, 후쿠오카 2014년 도쿄까지로 이어져 일본 5개 지역에서 대규모 재판이 연이어 벌어진다.

그러나 2021년까지 이어진 소송의 결론은 원고 모두 패소. 22일 개봉하는 '차별'은 패소에 이른 소송 과정 전반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소송을 담당한 조선학교 출신 김민관 변호사, 영화 ‘귀향’에 출연한 조선학교 출신 강하나 배우 등 주요 인물이 경험한 사건을 따라가면서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교육 차별’을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차별’을 공동 연출한 김도희·김지운 감독을 만나 작업 전반에 관해 물었다. 가장 먼저 ‘북한의 지원을 받아 북한식 사상을 배우는 조선학교 학생들 문제에 왜 관심 둬야 하느냐’는 국내 관객의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두 감독은 입을 모아 "역사를 제대로 보고 조선학교 문제를 봐야 한다”고 했다.

"재일조선인 1세대 80%는 고향 '남한'... 그런데 우리 뭘 해줬나"
▲'차별' 스틸컷. 조선학교 학생들이 '졸업증서'를 손에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디오시네마)
▲'차별' 스틸컷. 조선학교 학생들이 '졸업증서'를 손에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디오시네마)

김도희 감독은 “북한은 해방 이후 (찬밥 신세가 된) 재일동포를 해외동포로 인정하고 금전과 학교 설립 등을 지원했다. 그런데 남쪽에서는 ‘알아서 살라’고 무시했고, 나중에는 ‘조선국적이니까 입국 금지’라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쪽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북한 교육을 받는다고 욕만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영화는 ‘BTS 멤버 지민’과 ‘한국 드라마’의 팬을 자처할 정도로 우리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는 북한’이라고 표현하는 조선학교 학생들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런 입장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을 보여주는 건 물론이다.

김 감독은 “이 아이들이 일본 학교에 가면 일본 말로 된 ‘위안부는 매춘부고 독도는 일본 땅이다’와 같은 일본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상황을 짚으면서 “북한으로부터 원조를 받은 조선학교인 만큼 그들 사상을 배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말과 역사를 지킬 수 있는 곳은 거기 뿐인 것”이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설명했다.

"도움 주는 일본인 많아, 우리도 모른척 해선 안 된다"
▲'차별' 스틸컷. 2019년 3월 후쿠오카 지방법원 고쿠라지부에서 규슈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정책 배제 철회 소송 1심 결과를 알리는 일본의 변호사들. 원고 패소 결과가 '부당판결'임을 호소하고 있다. (디오시네마)
▲'차별' 스틸컷. 2019년 3월 후쿠오카 지방법원 고쿠라지부에서 규슈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정책 배제 철회 소송 1심 결과를 알리는 일본의 변호사들. 원고 패소 결과가 '부당판결'임을 호소하고 있다. (디오시네마)

공동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일본인들이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보다 이 문제에 더 적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재일동포 1세대 80% 이상이 고향이 남한 사람들임에도, 우리의 역사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일을 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에 출연한 일본 법조인과 정치인들은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이 법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교무상화정책은 전국민이 지불하는 소비세로 재원을 충당하는데,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그 가족도 소비세를 내는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일본 정부가 어린이집 무상화 정책에서도 같은 차별을 확대해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영화 말미에는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2019년 도쿄 도심 집회 영상이 담겼다. 집회에 참석했던 미야모토 토오루 당시 일본 공산당 중의원은 “교육의 무상화라는 것은 아이들의 최선의 이익을 실현시키는 것으로 정치가 완수해야 할 책임”이라고 역설한다.

김지운 감독은 “일본 사회의 여러 사람들이 조선학교 차별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면서 “이런 연대의 움직임이 있음에도 우리가 상황을 계속 모른 척해서는 안될 것”이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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