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저출산 문제, 현상이 아닌 '원인'을 봐야

입력 2023-02-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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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0~30년 후 연간 출생아는 1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출산율 감소는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등 폐원·폐교·폐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거고, 그만큼 소비력도 줄어 내수와 밀접한 사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다. 여기에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다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면 일자리는 추가로 감소할 거다.

이런 미래에 정부로선 선택지가 없다. 가난한 노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 시기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집단에 ‘약탈적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 피해자는 조만간 경제활동을 시작할 지금의 10·20대가 될 거다. 경제활동인구 유지만을 위한 이민정책은 한계가 뚜렷하다. 저개발국가의 고학력·고숙련 인력들은 출신국이나 인접국에서도 충분히 우대받는다. 굳이 일자리를 찾아 ‘외노자’ 취급을 감수하고 한국에 올 이유가 없다. 핵심인력 대다수를 자급자족해야 하는데, 절대적인 출생아가 줄면 핵심인력으로 양성 가능한 인구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외국인력을 아무리 적극적으로 활용해봐야 출산율이 오르지 않으면 사회는 유지되지 않는다.

그동안 저출산을 대하는 정부 인식은 단순했다. 과도한 주거비용, 늦은 취업·독립, 인식 변화를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봤다. 그런데, 이들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인 동시에, 독립적인 현상이다. 학술적으로 보면 ‘매개변수’다. 다른 요인(독립변수)들이 주거비용 등에 영향을 미쳤고, 이런 매개변수들이 다시 합계출산율이란 독립변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개변수가 아닌 매개변수의 영향이 된 독립변수를 건드려야 한다.

대표적인 독립변수는 지역이동과 미디어다.

지역이동은 주거비용과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 비수도권 출신 청년이 서울로 이동했다고 가정해보자. 자취방 월세, 관리비, 교통비 등 고정지출만 월 100만 원이 넘는다. 소득이 그만큼 늘어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상당수는 월 200만 원 안팎 저임금 서비스업에 취업한다. 서울에선 서울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스펙이다. 열악한 근로조건, 과도한 주거비용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결혼은 사치다. 결혼해도 문제다. 아이를 낳는 게 두렵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쏟아지는 육아 예능프로그램은 결혼·출산에 대한 눈높이를 높인다. 육아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부모에 과도한 역할·책임을 지운다. 방송만 보면 세상에 육아만큼 어려운 게 없다.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육아 예능은 정보가 아닌 박탈감을 제공한다. 출연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녀 보육·교육에 연 수천만 원을 쏟아붓고, 기념일도 아닌 날에 자녀와 여행·캠핑을 다닌다.

미디어는 지극히 특수한 사례를 ‘보통’으로 포장한다. 경제·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부모들은 방송을 보며 괜히 자녀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아직 결혼·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은 ‘저 정도는 해야 자식을 낳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푸념한다. 사회정보망서비스(SNS)에 넘치는 과시용 게시물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리기 위해 ‘영끌 호캉스’를 다녀왔겠지만, 그 사진을 본 이들은 사정을 모른다. 그저 ‘다들 저렇게 사는구나’ 느낄 뿐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지금의 출산율은 지금껏 정부가 현상에만 집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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