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벤처 소멸위기] “창업 안 하는데 투자 뭔 소용”…수도권 편중에 악순환

입력 2023-0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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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소재비율 30% 못 미쳐…수도권 선호도 높아
수도권 벤처투자 77%·연구개발 70%…사라지는 지방 기업 수 서울의 2배

# 울산에서 대학 동기 3명과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한 A 씨(27)는 대학 내 창업지원센터에서 나와 수도권으로 이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인천 송도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등 수도권에 위치한 공유오피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 대구에서 벤처캐피털(VC) 운영하는 B 대표는 대구 지역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규모는 전체 투자 비중에서 작은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B 대표는 수도권에 본사를 둔 몸집 있는 벤처·스타트업들이 연구소와 부속 사무실만 지방에 두고 투자를 받아가는 것이 대다수라고 했다.

지난 4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초기창업 벤처기업의 특성 및 확인제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초기창업 벤처·스타트업의 비수도권 소재 비율은 29.3%였다. 업력 3년 이상의 벤처기업은 37.4%이고, 전국 사업체는 35.2%인 것임을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업 소재지로 지방 대신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발굴하고 지원해 주기 위한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제도 도입에 앞서 2020년 2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및 벤처확인기관 지정, 전문평가기관 선정, 벤처확인 시스템 구축 등을 준비해 왔고, 2021년 2월 12일부터 이 제도는 본격 시행됐다.

업력 3년 미만 초기창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비율이 43%로 가장 높았다. 정보통신업(31.2%),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14.2%), 도매 및 소매업(6.7%), 건설업(1.1%) 등 순이었다.

초기창업 벤처기업의 수가 줄어들자 벤처투자를 비롯해 연구개발, 혁신성장도 비율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었다. 벤처기업확인을 받은 벤처투자 유형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77.3%의 비율로 이뤄졌다. 연구개발은 70% 혁신성장은 68%를 기록했다. 초기 벤처기업들은 벤처확인 신청 당시 평균 상시종업원 수는 6.9명으로, 5인 미만 기업이 54.1%를 차지했다.

지방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고 인프라도 수도권과 비교하면 열악하자 초기 창업자들은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스타트업으로 하려면 ‘큰물에서 놀아라’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많아 상경하려고 처음부터 준비했다”며 “정부 지원 사업과 정보, 투자 등 인프라가 많은 것은 수도권이라고 생각한다”고 상경 배경을 설명했다.

지방에 창업하려는 스타트업이 줄어드는 가운데 뿌리내렸던 벤처기업들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벤처확인기업 수는 2021년 기준과 비교하면 2818곳이 감소해 7.35% 줄어들었다. 문제는 수도권의 벤처기업은 4% 줄어든 반면 비수도권 벤처기업은 수도권의 2배였다. 특히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벤처확인기업 수는 전년 대비 각각 14.1%, 16.3%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벤처 지방소멸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인 유니콘 기업도 지방에서 나오는 것은 힘들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 24개사 가운데 지방에 본사를 둔 곳은 1곳이다.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인 ‘아기 유니콘’ 사업에도 대상 업체 159곳 중 133곳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었다. ‘아기 유니콘’에게는 시장개척자금 최대 3억 원, 특별보증 최대 50억 원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B 대표는 “지역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에 지방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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