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말 한마디의 무게

입력 2022-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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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과도한 금리 경쟁이 예·적금 금리의 과도한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 달라."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발언이 있기 전만 해도 시중은행의 금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았다. 연 5% 금리를 넘어 연 6%대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런 권고 이후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26일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만 해도 연 5%를 넘어섰지만, 이날 현재 연 4.70%가 최고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만 연 4.7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꾸준히 올려왔다. 지금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변함이 없다. 내년 상반기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반대로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전임 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특정 대학·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여러 갈등이 있어 사외이사들의 고민이 많다는 얘길 들었다. 오래된 인사,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인사, 과거 다른 어떤 금융기관에서 여러 문제로 논란이 된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다면 사외이사들이 알아서 적절히 걸러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이다. 이 원장은 기자들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도 "저희가 직접 (회장 선임에) 개입할 생각은 없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어떠한 의사를 전달한 적도 없다. 원론적인 기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발언을 들은 BNK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고민해 볼 문제다. 이 원장 스스로는 특정 의사를 전달한 게 없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만일 이 원장이 의도한 것이라며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문제를 떠나 자신의 지위에서 '말 한마디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충분히 의도를 알렸을 테니 말이다. 다만, 진정 어떤 의도도 없었던 것이라면 자칫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을 발언이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시장에 지속해서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시장에 특정한 결과로 나타난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따라 금융권의 운영 방향이 결정되고 시장이 변화한다. 그만큼 그들의 말 한마디의 무게가 무겁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금융시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높은 만큼 내년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금융당국 수장들도 더 신중하게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전달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의도된 대로 제대로 전달됐을 때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생길 수 있다.

부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고 자신들의 지위에 따른 '말 한마디의 무게'를 인식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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