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빈 살만 방한, 첨단기술 앞세운 제2 중동붐 계기로

입력 2022-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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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지금 재계의 최대 관심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17일 방한이다. 재계는 빈 살만 왕세자가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협력사업에 전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탈석유 경제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과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미래 선도기술 투자를 기반으로 한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다. 2016년에 내놓은 장기계획으로 네옴시티는 그 핵심사업이다. 5000억 달러(약 700조 원)가 투입되는 세기(世紀)의 대역사(大役事)로 꼽힌다. 홍해 아카바만에 폭 200m, 높이 500m의 건물을 170㎞ 직선상에 줄지어 배열시키는 스마트시티다. 이 공사는 종래의 건설, 토목공사의 수준을 넘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같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동원된다.

한국이 사우디에 매력이 있는 것은 공기(工期)가 성패를 결정하는 건설토목기술부터 첨단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K-팝으로 상징되는 문화기술까지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사우디의 변화된 상황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들이 원하는 바를 재빨리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사우디 시장을 노리는 경쟁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은 사우디를 크게 바꾸고 있다.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가 다변화되면서 사회의 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에게 관광 목적의 입국을 허용함으로써 비즈니스 활동이 쉬워졌으며, 간단한 절차로 사우디에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계 110위였던 사우디의 이동통신 속도는 톱 10에 진입했으며, 고속통신 규격 5G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정부의 지원으로 이노베이션 분야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연구개발과 이노베이션(RDI) 부문에 대한 연간 투자액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5%에서 2040년 2.5%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부동산 등에 투자하던 벤처캐피털(VC)도 이제는 시장의 변화를 깨닫고 투자 대상을 테크기업으로 옮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료주의를 배제한 사우디의 과감한 개혁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우디의 이러한 개혁은 과학기술부와 국립연구소의 기능을 겸비한 총리 직할기관인 킹 압둘아지즈 과학기술을 위한 도시(KACST)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과 디지털 전환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KACST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산하 연구기관, 대학, 민간기업, VC 등과의 협력 아래 혁신의 선순환을 창출하는 생태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대학교육과 장학금 제도를 내실화하고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특별비자와 체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우주, AI 등 첨단기술(딥테크)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KACST는 내년 초 이노베이션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략은 미국 아폴로 계획처럼 미션 지향의 접근법을 채택한다.

환경문제와 재생에너지도 큰 주제 중 하나다. 사우디는 태양광과 바람, 지열이 풍부해 탄소중립 환경 관련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와의 연계를 추진하면 에너지 상황과 조건이 다른 아시아 각국에 다양한 에너지 전환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중동에서부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까지 광대한 지역에서의 탄소중립 추진의 길을 열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빈 살만 욍세자의 야심 찬 계획이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경제 사정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덕분이다. 사우디는 올해 9년 만에 흑자재정으로 전환할 전망이다. 유가 급등이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경제개혁으로 유가에 좌우되지 않는 수입을 국가 예산의 30% 정도까지 늘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한국을 특히 좋은 파트너로 여기고 있음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제2의 중동 붐이 떠오른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네옴시티 포로젝트의 기초 토목공사에 돌입했지만,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스마트시티 건설에 참여하려면 과거의 토목 공사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사우디를 발판으로 토목공사를 넘어선 제2의 중동 붐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빈 살만 왕세자와 재계 대표들이 만난다면 이런 점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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