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밥은 먹고 다니냐? 아니요, 고기 먹어요

입력 2022-10-31 05:00 수정 2022-12-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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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20여 년 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이 증거 불충분으로 연쇄살인 유력 용의자 박현규(박해일)를 놓아줘야 하는 상황에서 한 말이다. 이 대사는 '살인의 추억' 명대사이자 배우 배우 송강호 씨의 역대급 애드리브라고 알려졌다. '너 같은 인간도 밥은 먹냐'는 비아냥거림이다, '너도 인간이니 최소 밥은 먹어야지'는 의미로 인간애를 표현했다 등 다양한 해석도 나왔다.

그만큼 '밥'은 한국인에게는 생명을 유지해주는 수단이자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인의 정(情)을 표현하는 정서이자 문화다. 한 마디로 한국인과 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다보니 '언제 밥 한 번 먹지요', '밥은 먹었니' 등 안부 인사를 비롯해 '밥값 해라', '내 밥그릇 빼앗기면 안 된다', '밥심으로 산다' 등 밥과 관련된 표현들이 유독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과거에는 쌀밥이 한국인의 주식(主食)이자 부의 상징이었다면, 이젠 끼니를 굶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

심지어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인들이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는 전망이 나왔다. 13일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육류 소비량(56.5kg)이 1인당 쌀 소비량(54.1kg)을 처음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한우협회는 “서구화된 식생활로 육류 섭취량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970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2kg에 불과했지만, 2000년 31.9kg, 2020년 54.3kg으로 급증했다. 50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1970년 1.2kg에서 2020년 13kg으로 11배가 됐다. 반면 197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136.4kg이었던 반면 2020년 57.7kg으로 절반도 안 되게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쌀값까지 떨어지면서 농민들은 '밥 한공기 300원을 보장하라'며 시위에 나섰으며, 쌀 고장인 호남지역은 '하루 두 끼는 밥심으로'란 주제로 소비촉진 운동에 나서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쌀은 남아도는데 소비는 줄어 농민들은 2중고를 겪게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초과 잉여 쌀의 시장격리를 위해 정부의 쌀 수매를 의무화하겠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하고 법 개정에 나섰다. 전 정부에서는 쌀 가격 변동 등에 따라 "초과 생산량을 매입 할 수 있다"로 결론낸 것을 '의무 매입'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쌀이 남아도는 데도 쌀 농업 편중성이 더욱 강화되고, 정부의 재정 부담도 더 커지게 된다. 즉 쌀 농사가 어떤 농사보다도 짓기가 편한 데다 정부까지 나서 쌀 농사를 의무 지원을 하겠다고 하니 돈이 되거나 수요가 있는 타 작물 재배로의 전환이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시장격리(정부 매입) 의무화로 2030년까지 매년 연평균 1조 원 넘는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기준(5600억 원 전망) 대비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도 20일 출근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정부가 다양한 제도와 정책으로 쌀을 지키는데 힘을 모았다면, 이제는 쌓여만가는 쌀 재고, 추락하는 쌀값, 타 작물 재배 전환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밀가루 대체품으로 급부상한 '가루쌀(분질미)'은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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