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국회서 발도 못 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입력 2022-10-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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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소재 지역 대책위원회와 전국 탈핵 운동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와 경기도에 묻는다! 고준위 핵폐기물 책임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핵발전소 소재 지역 대책위원회와 전국 탈핵 운동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와 경기도에 묻는다! 고준위 핵폐기물 책임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고준위 방폐물 처리 로드맵 구성에 완료하는 등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힘을 실었지만, 정작 국회에선 관련 법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방폐장 건설이 미뤄지고 최악의 경우엔 원전 중지까지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당장 연구·개발 이행은 가능하지만, 정부로선 부지선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법안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회서 법 세 건 발의됐지만…산자위서 논의 없어

▲윤관석 국회 산자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관석 국회 산자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9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엔 고준위 방폐장과 관련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이 계류된 상태다.

이외에도 지난 8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이인선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이 상정됐다. 해당 법은 아직 상임위에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기에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땐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 획에 앞서 김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기본 계획 이행을 위한 논의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산자위 소위에서 논의가 멈췄다. 이후엔 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계류됐다.

지난 8월 여당 소속 의원들이 법을 발의하면서 논의를 기대했지만, 이조차도 힘들어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사 압수수색을 두고 헌정 사상 최초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등 정국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당장 예산안 심사에도 참석할지 미지수다. 올해 안에 산자위 내에서 논의는 불가능에 가깝다.

긍정적인 점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자체엔 여야 의원들 모두가 동의한다는 점이다. 산자위 소속 야당 의원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의 필요성은 동의한다"고 밝혔다. 산자위 소속 여당 의원도 "고준위 방폐장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부지 선정을 두고 논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위 방폐장 논의 못하면 최악의 경우 '원전 중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 8월 26일 오후 경북 경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달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 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지역주민 등이 참석했다. (뉴시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 8월 26일 오후 경북 경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달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 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지역주민 등이 참석했다. (뉴시스)

정국이 어두워지면서 논의가 내년까지 밀린다면 최소 13년은 걸리는 부지 선정 절차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최근 방폐장 건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핀란드도 부지 선정은 18년이 걸렸다. 정부는 현재 부지 선정을 13년 정도로 잡고 있지만, 늦어진다면 원전 가동을 중지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김경수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iKSNF) 단장은 "가장 앞서서 닥칠 문제가 2030년 경에 고리와 한빛 원전이 완전 포화될 거라는 점"이라며 "한울 쪽도 포화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단장은 "2030년 정도에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되기 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만 같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대만도 시설을 확충 못해 가동을 멈추고 탈원전의 트리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동 원전이 중지될 수 있다"며 "원자력의 지속 가능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2031년 고리와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2032년 한울 원전, 2044년 월성 원전, 2066년 새울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이 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리 원전은 포화율이 86%에 달한 상태다.

최근 추진 중인 원전 수출에도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고준위 방폐장조차 갖추지 못한 국가에서 원전을 수출한다는 걸 이유로 유럽에선 한국형 원전을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7월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조건으로 달았다. 법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원전 가동 중지는 물론 원전 수출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충분히 올 수 있는 상태다.

산업부 "빨리 해야 해"…여당 내에서 조율도 미지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 8월 26일 오후 경북 경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 앞서 주낙영(왼쪽부터) 경주시장과 이달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공사 관계자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 8월 26일 오후 경북 경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 앞서 주낙영(왼쪽부터) 경주시장과 이달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공사 관계자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에 정부도 고준위 방폐법 처리를 위한 노력에 나섰다. 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일정을 추진해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빨리 하면 올해 안에도 할 수 있는데 쟁점이 아예 없진 않으니깐 문제"라며 "부지 연구하는 데에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빨리 해야 한다. 최대한 올해 이 법을 통과시켜서 얼른 부지 선정을 해야 원전을 안정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부는 국회 산자위 소속 의원실을 찾아 법안 설득에 노력 중이다. 여야 의원들도 해당 법 마련 자체엔 동의한다는 후문이다.

다만 당장 여당 내에서 논의가 더 큰 걸림돌이다. 김영식 의원이 발의한 법과 이인선 의원이 발의한 법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두고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은 사용후 핵연료의 부지 선정, 운영, 저장, 처분 외에 핵연료를 다시 사용하는 재처리를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재처리가 담겨 있지 않다.

재처리는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연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력이 있지만, 해당 기술 사용을 두고 미국의 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산업부 내부 방폐물 기금을 두고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 연구·개발을 사용해도 되냐는 문제가 걸림돌로 남는다.

이에 여야 논의 전에 여당끼리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법안 병합 심사에서 가장 걸림돌 중 하나가 처리를 어떻게 할 거냐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안과 별개로 R&D 로드맵 이행은 가능할 수도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공사 현장. (뉴시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공사 현장. (뉴시스)

법안 마련이 절실하지만, 별개로 고준위 방폐장 로드맵 이행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에 맞춰 핀란드와 협력 논의에 나서는 등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노력에 나섰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과 관련해 핀란드 고용경제부와 국장급 양자 협력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양측은 정부가 7월 수립한 고준위 방폐물 처리에 관한 로드맵에 대한 자문을 논의했다. 또 고준위 방폐물 주민 수용성 제고와 향후 양국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진행했다.

고준위 방폐법과 별개로 연구·개발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단장은 "R&D는 사업단에서 끌고 간다. 저장과 처분에 필요한 R&D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갈 것"이라며 "연구용 URL 실증는 법이 없어도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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