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금융수장의 역할

입력 2022-10-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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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융당국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딱 일주일 전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위원장의 100일은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다. 김 위원장보다 약 한 달 앞서 취임 100일을 맞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간담회로 취임 100일을 기념하고 넘어간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시기가 애매했다. 하필 김 위원장의 취임 100일이 1년에 단 한 번 있는 국정감사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그간 조용했던 김 위원장의 행보와 맞물리면서 또 한번 그의 미미한 존재감이 말질에 올랐다.

존재감이 약하다고 하지만 그의 경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위원장은 재무부 관세국, 증권국, 국제금융국, 이재국, 금융정책실 사무관, 금융정책실 서기관 등 주요 부서를 모두 거쳤다. 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 국장과 융정책국 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 금융위 핵심 요직도 맡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정책국장으로 부채 관리에 대응하고, 2011년에는 사무처장으로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처리하는 등 굵직한 금융위기와 금융 사건들을 특유의 신중함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이 기대됐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세간의 기대를 의식한 듯 김 위장 역시 취임 일성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제상황 속에서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희미하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일과 23일 채권시장을 안정을 위해 쏟아낸 유동성 공급 방안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대책 발표 직후 일시적으로 채권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적절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너무 신중했다"는 평가다. 마치 그의 존재감처럼 말이다.

김 위원장은 위기가 고조될 때 마다 신중하게 수위를 높여가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혹자는 그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관료 출신 특유의 신중함이라고 표현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금융수장으로서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금융수장의 또 다른 역할은 시장이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시장 내 유동성이 경색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는 심리적 안정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던 우리 정부가 위기가 예상될 때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직 취임을 앞두고 “현재 우리 국민들은 ‘금융’과 ‘금융위원회’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국민이 ‘금융’과 ‘금융위원회’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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