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안녕 가나쵸코우유, 잘가 비피더스”…푸르밀 사태로 본 벼랑 끝 낙농업계

입력 2022-10-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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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쵸코우유와 비피더스(출처=푸르밀 인스타그램)
▲가나쵸코우유와 비피더스(출처=푸르밀 인스타그램)

‘가나초코우유’와 ‘비피더스’ 등으로 유명한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영업을 종료한다. 이미 전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직접 나서 회생 방안이 없다며 우유 산업의 근본적 위기를 지적했다.

푸르밀 폐업으로 낙농업계가 겪는 어려움이 수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라지는 초콜릿 우유 상징

푸르밀은 내달 30일 사업을 종료하고 직원을 모두 해고하기로 했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푸르밀은 17일 전 직원 약 400명에게 사업 종료 사실을 알리고 정리 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보냈다.

푸르밀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고 적자가 누적됐으나, 이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손실액은 2020년 113억 원에서 지난해 124억 원으로 커졌다. 이에 따라 올해 LG생활건강과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소식에 PB(자체 상표) 상품 공급 계약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존 PB상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다수의 유통업체와 12월 말까지 제품 공급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체들은 푸르밀의 사업 종료와 관련된 별도 통지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홈플러스가 판매 중인 푸르밀 제조상품은 우유, 가공 우유, 요구르트 등 총 15종으로 이 중 5종이 PB상품이다. 이마트도 푸르밀과 협력해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 등 9개의 PB상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CU는 ‘헤이루 초코 프렌즈 우유’ 등 푸르밀 제조 PB상품 2종을 판매 중이다.

▲뉴시스
▲뉴시스

수입산 증가에 우유업계 위기

푸르밀은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했다가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분사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을 100% 인수했고,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전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살릴)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며 “우유 산업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특히 3등 회사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자산을 매각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제품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지만,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값싼 수입 멸균 우유를 찾고 있어서다.

농협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유제품을 포함한 우유 시장 소비량은 2012년 335만9000톤(t)에서 2021년 444만8000톤으로 132%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수입산 물량이 124만8000톤에서 241만4000톤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우유 시장의 자급률은 62.8%에서 45.7%로 17.1%포인트(p) 하락한 상태다.

멸균 우유는 관세가 부과되고 있음에도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앞선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이날 최저가 기준 폴란드산 멸균유 1리터(ℓ) 가격이 배송비 포함 1790원(12개 배송 기준)이다. 이는 동일 기준으로 구매한 멸균 서울우유 2391원보다 26% 저렴하다.

3년여 뒤인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무관세로 수입산 우유가 들어오면 국산 우유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유제품 시장 한몫한다. 우유는 유제품 외에 제빵, 제과, 치즈, 아이스크림, 버터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지만 최근 인구 감소 여파로 소비 부진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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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과 경쟁력 하락 소용돌이

낙농업계의 위기는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과 농림축산식품부와의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8월 서울우유가 월 30억 원(연간 360억 원) 규모로 낙농가 목장경영 안정자금을 지원하자, 정부는 사실상 우유 가격 인상이라며 지원을 줄이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우유는 물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우유 가격 관리에 힘썼던 정부는 서울우유의 독단적 가격 인상이라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우유는 또 지원금이 원유가격 인상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원금만큼 비용을 쓴 것으로 보면,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 가격을 사실상 리터(ℓ)당 58원 인상한 셈이다.

문제는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생산 단가는 오르고 있지만, 낙농업계의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입 유제품과의 가격 차는 점점 벌어질 뿐이다.

푸르밀의 사업 환경이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수입 우유보다 가격 경쟁력이 없어서였던 점을 보면, 낙농업계의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박서홍 농협전남지역본부장은 올해 초 “낙농업계는 경영비 상승과 인구감소로 인한 음용유 소비 부진에 더해 2026년 외국산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까지 예정돼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는 신선한 국산 우유를 많이 애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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