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기술구현능력, 기능(Skills)을 가진 청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입력 2022-10-18 05:00 수정 2022-10-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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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산업인력공단]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산업인력공단]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34세 이하 청년 3명 중 2명(69.3%)은 대학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반면 지난해 한국 청년(15~29세) 고용률은 44.2%로 OECD 평균(53%)보다 8.8%p 낮다. 청년이 첫 직장을 잡는 ‘입직(入職) 연령’의 경우 OECD 회원국은 평균 22.9세인 반면, 한국 청년은 25.6세로 나타난다. 한국 특유의 높은 교육 수준과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낮은 청년고용률의 주요 원인이지만,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 한국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것은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취업에 필요한 직업기술을 가르치는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고졸 취업자를 어리게(幼: 미숙하다) 보는 사회의 인식과 낮은 처우도 이유일 것이다.

고졸 청년이 학교와 현장에서 배운 직업기술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4~5년 일찍 시작한다면, 인구감소와 지속되는 저성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취업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고졸 취업자를 바라보는 시선,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배운 직업기술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고졸 취업자가 가진 기능(skill)이 대졸 취업자의 그것보다 저차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능을 생산직 근로자뿐 아니라 기술·사무직 근로자에게도 적용되는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기능(技能)’을 ‘기술(技術)’보다 저차원의 개념으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계, 용접부터 의료기술까지 사람이 만들고 고치는 모든 기술(technology)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이 배우고 익혀 체화(體化)하면 ‘기능’이 된다. 역사적으로 경제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이 바뀌는데, 그런 기술을 배우고 익혀 활용하는 모든 사람은 ‘기능인’, 혹은 ‘숙련기술자’이다. 기술과 기능, 두 단어 사이에는 높고 낮음을 비교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사람이 어떤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힌 모든 기능은 난이도 등에 따른 구분은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개념이다.

바늘, 베틀부터 재봉틀, 자동화 공장까지 산업화와 함께 진행된 기술의 발전으로 옷을 만드는 도구가 변할지라도 제조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기능, 즉 ‘기술구현능력’이다.

의사의 의료지식을 활용하는 의료기능 또는 변호사의 법률지식을 활용하는 변론 기능이, 사람이 집을 짓고 자동차를 만드는 ‘기능’보다 고차원적 개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든 자동차 정비공이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청년 기능 인재가 갈고닦아온 숙련기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올해 마흔여섯 번째 국제기능올림픽(WorldSkills Competition 2022 Special Edition)이 한국을 비롯한 15개국에서 진행 중이다. 1950년 스페인에서 시작된 국제기능올림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사의 산업혁명 및 제조기술 발전과 그 궤(軌)를 같이한다. 역사적으로 독일, 스위스나 일본 등 6~70년대 산업발달의 선두주자들이 국제기능올림픽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곤 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전통산업부터 최근의 정보통신(ICT) 신기술까지 각국의 기술인력 육성의 신호기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로봇이나, 드론 택배 등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사람의 일을 완전히 로봇이 대체하는 것은, 당장은 먼 이야기라고 해도 우리의 인지 수준보다 사회 전반에서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팬데믹과 함께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은 산업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 노동시장까지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사람이 20년간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30년간 직업활동을 하는 전형적인 교육노동 사이클은 무너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변화하는 직업기술을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청년이 곧 미래’라고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다. 교육훈련을 통해 기능을 갖춘 청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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