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아이 키우는 부모가 행복하고 존중받는 사회 돼야"

입력 2022-10-07 05:00 수정 2022-10-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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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

출산 정책만 있고 인식전환 안돼
훼손된 정의·공정에 출산 포기
3040 여성 경력자 재취업 지원
외국이 육아도우미 도입도 건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육아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육아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제 큰딸도 뮤지컬 배우입니다. 무대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일을 잠시 그만둬야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오세훈 서울시장은 큰딸과 사위가 손주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오 시장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업들을 묶은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본지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발표한 프로젝트는 실질 양육자인 엄마 아빠의 행복에 우선 주목했다”며 “편한 외출 등 일상을 보장하고 마음 건강까지 챙기는 전통적인 보육대책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라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게 행복한 일이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안돼 있다”며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육아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대책은 정책만 있었을 뿐 인식 전환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는 임신, 출산, 육아 때문에 일터를 잠시 떠나 있던 3040 경력 보유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경력보유여성 취업 3종세트’도 확대했다. 구체적으로는, 구직활동 지원금을 최대 90만 원 지원하고, 최대 3개월간 민간기업 일 경험을 제공한다.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해당 기업에 최대 300만 원도 지급한다. 경력보유여성이란, 육아, 가사, 돌봄 등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된 여성을 일컫는 ‘경력단절여성’을 여성 고용가치 재정립 차원에서 새롭게 정의한 말이다.

한국의 출산·육아와 관련한 제도는 북유럽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 시장은 ‘훼손된 정의와 공정, 허물어진 계층이동사다리’를 꼽았다.

그는 “내 아이에게 내가 누리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을 물려줄 수 없다는 절망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Z세대(1980~2004년 출생한 세대)의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감은 하락 일로다. 서울시가 지난 8월 발표한 ‘MZ세대의 경제활동 및 사회적 인식 변화 분석’에 따르면 본인 사회계층 이동 가능성은 2015년 5.16점에서 2020년 4.74점으로, 자녀세대의 사회계층 이동 가능성은 5.98점에서 4.99점으로 떨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육아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육아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북유럽에서 남성의 가사 참여가 높은 것에 대해 오 시장은 “한국도 아이들 양육이나 가사 분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제 사위도 직장 일로 바빠 한계는 있지만 퇴근 후 육아 분담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통계로 나타난 여성의 육아 시간은 남성의 두 배 이상이다. 사회 분위기가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오 시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 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월 평균임금만 38만∼76만 원 수준”이라며 외국인 육아 도우미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싱가포르에서 이주민 육아 도우미는 정부에서 관리하고 교육한다. 빨래 건조기 같은 가전기기 사용 등 교육 매뉴얼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구성돼 있다”며 “가치관이 바뀔 때를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외국인 인력 정책 등 시스템을 만들면서 하나하나 풀어가는 게 순서”고 말했다.

외국인 도우미 도입과 관련해서는 현재 서울시 정책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올 연말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최근 중구 직영 중구형 초등돌봄의 운영주체 이관문제 검토를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검토해보고 중구에서 원래 하던 형태로 시에서 지원을 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두 자녀를 키울 당시를 떠올리며, “아이들을 키울 때 주말에 놀아주는 정도였다. 주중에 아이들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많이 아쉽다”며 “저렴한 서울형 키즈카페나 가족 주차장 등은 벌써 반응이 뜨겁다. 서울시의 새로운 시도가 양육자가 만족하고, 육아가 존중·배려·존경의 대상이 되는 건강한 보육 문화의 기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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