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배달앱 안의 또다른 거래 ‘리뷰시장’에 대한 고찰

입력 2022-09-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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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배달음식에 대한 가계의 의존도는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이용자가 급속도로 많아졌고, 더불어 배달대행 서비스업체와 라이더의 숫자도 늘어났다. 음식배달이 ‘음식 주문에 따라 제공되는 무료 서비스’라는 개념에서 ‘비용을 들여 이용하는 서비스’의 개념으로 바뀌어 가면서, 배달서비스 시장이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사회와 문화가 변해감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곤 하는데, 배달앱과 관련하여 형성된 또 하나의 시장이 바로 ‘리뷰시장’이다.

배달앱과 같은 플랫폼에서의 ‘리뷰’는 특정 이용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여 일차적으로 다른 이용자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에 대한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리뷰가 일종의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형성된 이 리뷰시장은 금전(money)을 매개로 한 전통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일종의 대가를 지불하고 리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있는데, 그 거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이용자가 배달주문 시 (‘만점’) 리뷰를 약속하면, 음식점은 주문받은 음식과 함께 약속의 대가로 추가 상품을 배달한다. 음식과 추가 상품을 받은 이용자는 관련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리뷰를 시스템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약속한 ‘만점’을 주지 않을 수도 있고, 작성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 이벤트’를 진행한 음식점은 해당 기간 상당히 많은 리뷰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평가도 대부분 만점에 가까운 편이다.

사실 경제적 합리성(economic rationality)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리뷰를 약속한 이용자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리뷰를 작성할 이유는 없다. 리뷰 미작성에 대해 음식점이 법적 책임을 물어올 것을 걱정할 수도 있겠으나, 리뷰 하나에 소송까지 감행할 점주는 많지 않을 것이므로 그에 대한 걱정으로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리뷰를 작성하는 이용자들의 행위는 선물교환게임(gift exchange ga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누군가가 선물을 주면 그에 상응하는 선물로 보답을 하는 행위를 호혜성(reciprocity)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이 게임은,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높여주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효율임금가설(efficiency wage hypothesis)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많은 실험연구의 증거가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기부행위를 분석한 실험연구에서도 기부요청 우편에 작은 선물을 넣어준 경우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증거가 보고되었다. 이는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 있는 경우,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 호혜성에 근거하여 행동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호혜성에 근거한 리뷰 거래가 리뷰 자체의 진실성(integrity)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리뷰 이벤트 진행은 정보의 양(quantity)을 늘리는 방향으로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특정상품을 받고 작성한 긍정적인 리뷰가 쌓이게 된다면, 그 리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quality)은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리뷰 확보와 대가상품 지급이라는 리뷰시장의 순기능을 살리면서도, 리뷰의 진실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리뷰 이벤트 진행과 관련된 배달앱 플랫폼의 추가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어 리뷰 이벤트를 진행할 경우 음식점주가 시스템에 기간과 방법 등을 입력하여 그것이 기록되도록 하고, 이용자들에게는 이벤트를 통하여 (대가를 지불받고) 작성된 리뷰와 그렇지 않은 리뷰를 구분하여 확인할 수 있는 필터(filter) 기능을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형성된 리뷰시장을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시장의 발전은 그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발전을 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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