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나무 한그루·개 한 마리”…32조 보상금 노리는 ‘불법 알박기’ 어쩌나

입력 2022-09-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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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5차 명도집행이 또다시 무산되고 경찰과 집행인력이 철수한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이 한산해진 모습이다.(뉴시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5차 명도집행이 또다시 무산되고 경찰과 집행인력이 철수한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이 한산해진 모습이다.(뉴시스)

지역 개발을 반대하는 토지 소유자가 양보나 타협 없이 시간을 끌며 수 백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냈다. 이미 법원의 강제 철거 명령이 있었지만, ‘버티면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선례가 될까 재개발 추진 단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끈질긴 버티기로 감정가액 6배 받아내

전광훈 목사가 소속된 서울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철거 보상금 500억 원을 받게 됐다. 장위10구역 조합은 6일 임시총회를 열고 사랑제일교회에 보상금 500억 원(공탁금 85억 원 포함)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체 조합원 423명 중 357명이 임시총회에 참석한 가운데 61.9%인 221명이 보상금 지급 안건에 찬성했다.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17년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으나 사랑제일교회가 철거에 반대하면서 사업이 계속 지연됐다.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감정가액(82억 원)보다 월등히 높은 563억 원을 조합에 보상금으로 요구했다. 법원이 150억 원 상당으로 제시한 보상금 조정안도 거절했다.

이에 조합은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부동산 권리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점유 이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2·3심 모두 승소하면서 대법원으로부터 강제 철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지금까지 여섯 번에 걸쳐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교회 신도들이 매번 극렬히 저항하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조합은 교회에 거액의 보상금을 주고라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장위10구역은 이미 거주민 이주가 끝났으며, 교회를 제외한 다른 시설물은 모두 철거된 상태다.

▲최근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가축 농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가축 농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나무 심고, 개 묶어놓고 …알박기 천태만상

법적 철거 명령을 거부하고 버티다가 거액의 보상금을 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개발이 기대되는 토지 일부를 사 놓는 ‘알박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토지 개발 계획을 미리 알 수 있는 공기업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 땅 사전 투기 파문은 공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LH와 민변 등에 따르면 LH 직원과 퇴직한 직원 등이 사전 개발 정보를 얻은 후 먼저 인근 토지를 사들였다. 국토부는 자체 조사에서 애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시했던 10개 필지 중 2개는 LH 직원 소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와 별개로 4개의 필지가 추가로 확인했다.이들이 토지를 매입한 시기나 토지 지분을 쪼갠 점, 나무 등을 심어둔 점 등에 비춰볼 때 개발 정보를 이용한 알박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알박기에 자주 활용되는 건 ‘동물’이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는 2003년 2기 신도시로 지정됐지만 토지보상 문제와 경기침체 등으로 착공이 늦어졌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개발 보상금을 노린 알박기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른바 ‘뜬 장’이 발견됐는데, 사육하는 개·닭 등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어 지면보다 높게 설치한 철창을 말한다. 관리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을 볼 때 주민들은 알박기를 강하게 의심했다. 토지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사육하는 가축 수를 늘리는 것은 비교적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거나 수목을 심던 것과 다른 방식인데, 개체 수가 많으면 보상금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풀리는 토지보상금만 32조

올해는 전국적으로 32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추정된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토지 보상이 예정된 사업지구는 총 92곳으로 이들 지역에서 풀리게 될 토지보상금은 30조5628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토지보상금을 제외한 것인데, 매년 정부의 SOC 사업 토지보상금 규모가 통상 1조5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보상금 전체 규모는 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존은 남양주 왕숙1·2,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를 비롯한 17곳의 공공주택지구와 공공지원임대주택 촉진지구에서 18조2234억 원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 토지보상금 예상 규모는 수도권이 가장 많다. 수도권에서 풀릴 것으로 예상하는 토지보상금 규모는 25조7804억 원으로, 전체(30조5628억 원·SOC 토지보상금 제외)의 84%에 달한다. 다만 정부가 현금 유동성 억제를 위해 대토보상을 활용할 예정이라 실제 시중에 풀리는 토지보상금의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대토보상은 땅이 수용되는 토지주에게 현금 대신 해당 지역의 다른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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