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영화 '그림자 살인'중

입력 2009-03-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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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탐정 추리극을 내건 ‘그림자 살인’(제작·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스릴을 주기에 한참 부족한 영화다. 무겁고 어두운 표제는 폼 잡는 데만 활용된다.

고도의 추리력으로 관객들을 놀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이 새삼스럽다. 스릴 대신 경쾌함,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선택한 ‘그림자 살인’의 ‘비딱선’에는 이유가 있다. 현대 의학이 태동할 무렵, 과학수사가 자리 잡기 이전인 구한말을 배경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홍진호’(황정민)는 돈을 유독 밝히는 동네 사설탐정이다. 바람난 부인 꽁무니 쫓기, 떼인 돈 받아주기 등이 주특기다. 자질구레한 뒤처리만 하던 진호가 어느날 의학도 ‘장광수’(류덕환)로부터 살인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광수는 우연히 습득한 시체 때문에 누명을 쓸까봐 살인 사건 해결에 적극 가담하게 된 인물이다.

홍진호와는 별도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인물이 있다. 엉터리 육감과 진급 욕심으로 불도저식 수사를 진행하는 순사부장 ‘영달’(오달수)이다. “호랑이와 개는 상극이니 ‘범구’는 필시 범인일 것”이란 식의 형편없는 수사로 홍진호의 엉성한 추리 기법을 상대적으로 과학적으로 격상시킨다.

수사에 필요한 발명품을 조달하는 발명가 ‘순덕’(엄지원)은 번뜩이는 물체를 내놓지 않는다. 서양의 망원경을 본따 만들었다는 ‘만시경’, 청진기를 보고 고안한 은밀히 엿듣는 기계 ‘은청기’ 등 현대적 시각에서는 전혀 놀랍지 않은 물건들이다. 딱히 수사에 핵심이 되는 발명품을 주지도 않는다는 점은 엄지원의 존재 자체를 의문으로 만든다.

와중에 홍진호·장광수 콤비는 하나씩 살인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희생자 한 명에서 출발한 사건이 연쇄살인으로 번지면서 급물살을 탄다. 고위층만 골라 살해하는 배후는 천막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 ‘그림자 살인’이란 표제와 원제였던 ‘공중 곡예사’에도 힌트는 있다.

홍진호 탐정 기법은 한 치 오차도 없이 흘러간다. 흉기가 된 양날의 칼, 화려한 문양의 의상 착의, 마약의 일종인 백색 가루 등을 근거로 범인을 추적하는 홍진호표 추리에서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척척 추리를 맞춰나가는 이유는 하늘의 도움으로 봐야 한다.

시행착오 없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이들은 진실이 밝혀질 무렵 난관에 봉착한다. 진실로 상상치 못했던 반전이다. 어떻게 결말을 맺을 것인가라는 지레걱정을 상당부분 해소시킨다. ‘알고 보니 범인은 너희 안에 있더라’, ‘이 모든 것이 정신착란 탓이었다’식의 반전이 아니란 점에 감사한다.

이 영화를 마냥 평가절하할 수 없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여러모로 모험과 도전이 눈에 띈다. 충격적인 반전을 위해 성의 없이, 공식처럼 되풀이된 결론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잔인하고 가학적이거나, 괴기스럽고 흉측한 장면을 삽입해 관객을 놀래려는 의도도 배제했다. 탐정물은 스릴러여야 한다는 공식이 있다면, 그것마저 깨뜨린 셈이다.

경쾌한 분위기와 함께 시대극만의 오밀조밀한 소품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빛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미장센으로 연출한 감독의 솜씨는 돋보인다. 극 전개와는 무관한 듯한 추격 신을 지나치게 길게 잡은 면도 없지 않지만, 영화 전반을 활보하는 도전정신으로 면죄부를 받는다. 헤이그 특사로 마무리되는 얼토당토않은 뒤끝은 코미디 같은 성격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이 작품은 2005년 ‘제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됐다. 시나리오를 쓴 박대민씨는 이 영화를 통해 박대민 감독이 됐다. 4월2일 개봉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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