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우영우 신드롬,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우선이다

입력 2022-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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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올해 방송계 최대 화제작으로 신생채널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TV채널을 멀리하고 유튜브, SNS 등에 익숙한 10~20대 세대도 우영우 방송 전날엔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우영우 드라마를 기다린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0.9%의 시청률로 시작한 우영우는 현재 15%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우영우 신드롬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평론가들이 비평과 찬사를 보냈기에 여기에 또 하나의 비평을 얹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영우 신드롬에 우리가 좀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플랫폼보다 콘텐츠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점에 있다. 그간 콘텐츠 및 정보기술(IT)을 막론하고 최근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플랫폼 리더십 장악에 있었다.

플랫폼이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면 제아무리 콘텐츠가 강해도 플랫폼의 영향력을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2010년대까지 케이블과 지상파의 시청률 차이는 평균 10배라고 방송 전문가들이 언급한 이유다. 과거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시청률 1%를 넘기면 이를 대박으로 간주, 외주제작사에 인센티브 등 격려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TV채널이 지상파에서 케이블, 종편으로 확대되었고 유튜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신생 플랫폼이 등장하며 기존에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지상파의 힘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간접광고(PPL)를 통해 드라마와 예능 제작비를 회수하던 기존 방식에 거부감을 보인 젊은 세대가 플랫폼의 위상을 가리지 않고 콘텐츠의 옥석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상한 드라마 우영우’는 신생채널 ENA에서 방영되고 있음에도 시청률 15%를 쉽게 넘어섰다. 우영우의 편성은 초기에 SBS 등 지상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신생 채널을 선택하고 PPL을 탈피해 스토리텔링에 역량을 기울인 제작진의 노력에 시청자는 화답했다. 스토리를 산으로 몰고 갔던 PPL이 보이지 않자 시청자는 몰입했고 열광했다.

플랫폼보다 콘텐츠의 힘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사례는 바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다. 황동혁 감독은 국내 주요 제작사에 ‘오징어게임’에 대한 협업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무관심을 받았던 이 콘텐츠는 세계 1위의 화제작이 되었다.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힘의 이동이 시작되자 글로벌 아티스트 BTS는 TV 대신 본인들의 유튜브 채널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고 임영웅은 방송보다 콘서트 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각 방송사의 예능, 드라마에서 이름을 알린 PD 역시 더 이상 방송사에 적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 플랫폼을 선택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던 지상파 방송사의 쇠퇴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CJ ENM을 시작으로 하이브, SM, YG 등 국내 매니지먼트기획사,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IT기업, 유통 분야의 공룡으로 떠오른 쿠팡까지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뛰어들었고 KT 역시 미디어 콘텐츠 역량 강화를 선언했다.

드라마와 예능 분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역량 있는 감독은 더 많은 수익 창출과 파급 효과를 위해 영화관 개봉 대신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글로벌 OTT를 선택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기업과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에 나서자 이제 흥미로운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 중 가장 최적화된 영상 플랫폼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무한도전’을 통해 국내 최고의 예능 PD로 명성을 알린 김태호 PD는 2년 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보다 콘텐츠의 힘이 더 막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한 바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콘텐츠를 만든 후 이에 적합한 영상 플랫폼을 자유롭게 선택할 것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우영우 신드롬은 콘텐츠의 재미만 보장된다면 플랫폼의 위상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매스미디어가 플랫폼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한 키워드라면 지금 우리는 매스콘텐츠의 시대에 살고 있다. 플랫폼 리더십에 안주하지 않고 콘텐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만이 매스콘텐츠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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