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투자와 투기 사이에서

입력 2022-07-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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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2부 차장

무상증자 테마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테마의 거품이 좀 빠질 만하면 상한가를 찍는 종목들이 다시금 등장하니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이제는 무상증자 결정한 상장사의 주식을 무조건 사들이는 것을 뛰어넘어 무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종목을 찾아 미리 사들이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식시장 개장 후 특징주를 작성하기 위해 최소 10% 이상 급등하거나 실시간 종목 조회 순위 상위권에 올라가는 종목들을 살피곤 하는데, 특정 테마에 속한다거나 개별 호재가 없음에도 급등하는 종목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이런 종목들이 과거에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주가가 오른 배경을 살펴보면 무상증자를 기대한 선취매가 대부분이다.

‘무증테마 신규후발주, 매출 3300억 시총 440억 초저평가 1위 종목, 매년 흑자, 유보율 6200%’, ‘유보율 4895% 무상증자 가능성 자율주행(1분기 57억)(시총 700억 대)’, ‘유보율 3551% 시총 1800억 주식수 490만 자본금 25억’……

대형 포털의 주식 게시판이나 주식 관련 사이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시글의 제목이다. 워낙 핫한 테마다 보니 다른 게시글보다 조회수도 월등히 높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무상증자 테마에 탑승해 한몫 잡아보려는 기대심리가 뜨겁다는 방증이다.

이런 무상증자 여력을 갖춘 회사를 찾는데 공통으로 들어가는 조건이 ‘유보율’이다. 유보율은 기업의 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무상증자 가능성이 크다고 유인하는 셈이다.

하지만 유보율만으로 기업의 안전성이 높다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방 산업의 업황 호조에 대비해 과감히 신규투자를 집행해 유보율이 낮아질 수도 있고, 경기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현금을 많이 확보하거나 갖고 있던 부동산, 혹은 주식을 처분해 일시적으로 유보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이런 종목들의 경우 주가 오름세에 대한 지속 여부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선취매가 유입돼 무상증자 결정 전 주가가 올랐다가 실제 무상증자 결정이 나온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급등 뒤에는 급락이 뒤따라서다. 타 무상증자 급등 사례만 보고 추종 매매했다가 고점에서 물릴 수도 있다.

투자(投資)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이익을 얻기 위해 주권, 채권 따위를 구매하는 데 자금을 돌리는 일’ 등을 뜻한다. 투기(投機)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그 일’, ‘시세 변동을 예상해 차익을 얻기 위해 하는 매매 거래’, ‘불확실한 이익을 예상해 행하는 사행적 행위’ 등을 말한다.

각 단어가 주는 긍정ㆍ부정적 의미를 반영하듯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말할 때는 ‘者(놈 자)’를 붙인 ‘투자자’로, 투기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또는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꾼’을 붙여 ‘투기꾼’이라 칭한다. 불확실한 무상증자 기대에 편승해 한탕을 노리는 투기꾼이 될지, 시간과 정성을 들인 분석을 통해 수익을 내는 투자자로 남을지는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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