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수익률만큼 중요한 것

입력 2022-07-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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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건대, 퇴직연금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취재와 기사를 위해서였다. 학교에서도 배운 적 없거니와 ‘저축이 미덕’이라 여겼던 가풍 아래서 자란 탓에 연금 투자는 꼭 별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런 무지(無知)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 계좌가 확정급여(DB)형인지 확정기여(DC)형인지, 아니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 규모는 어느덧 300조 원 수준으로 불어났는데, 상당수의 근로자가 퇴직연금 굴리는 법을 모른 채 근로에만 열중한다.

잠자는 퇴직연금을 깨우기 위해 이달 12일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다. 정의는 이렇다. DC형과 IRP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지정’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해 주는 제도다.

그간 가입자의 무관심, 금융 지식 부족 등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의 90% 정도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퇴직연금이 저조한 수익률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디폴트옵션이 도입됐다.

업계에선 오랜 기간 통칭해 왔지만, 엄밀히 말하면 디폴트옵션은 100% 들어맞는 용어가 아니다. 해외의 디폴트옵션은 하나의 특정한 상품을 사전에 지정해 DC형 가입자의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DC형 가입자가 여러 디폴트옵션 지정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도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투자 선택에 어려움을 가진 이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디폴트옵션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한계로 연금 시장이 질적 성장까지 이루고, ‘연금 부자’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도 도입과 함께 필요한 건 투자자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다. 한국은행의 ‘2020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56.5%)이 ‘장기 재무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투자 열풍의 변곡점이 됐듯,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시장의 양적ㆍ질적 성장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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