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 달팽이관 무형성 환아 ‘인공와우 이식 효과’ 세계 최초 입증

입력 2022-06-29 17:24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사진 왼쪽),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김봉직 교수(오른쪽)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사진 왼쪽),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김봉직 교수(오른쪽)

국내 의료진이 달팽이관이 없어 인공와우 이식술을 불가능했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서도 인공와우 이식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에 따라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지 못해 청각·언어발달 장애가 불가피했던 달팽이관 무형성 환자도 인공와우 전극을 삽입하는 시술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김봉직 교수 공동연구)은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2012년부터 시행한 인공와우 이식술의 장기 성적 연구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달팽이관(와우, 蝸牛)은 태아기 때 형성이 되는데, 유전이나 약물 또는 다른 기전에 의해 달팽이관에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기형이 심하지 않은 경우 보청기 치료를 진행하지만, 심할 경우 보청기로 아무리 소리를 증폭시켜도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청신경에 직접 자극을 줘 말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는 인공와우 전극이 삽입되는 달팽이관 자체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술은 ‘그림의 떡’이었다. 이로 인해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는 청력 장애는 물론, 언어발달 장애도 나타나는 등 여러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인공와우 전극을 달팽이관 바로 옆에 있는 전정기관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추적관찰을 통해 수술의 효과성이 달팽이관에 삽입하는 일반적인 인공와우 이식술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 6명의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전극 삽입 가능성과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와우전정신경의 상태를 검사한 후, 환자별 최적의 전극 위치를 찾아 인공와우를 삽입했다. 또한 △CAP 스코어(Categories of Auditory Performance) △단어/문장 인식 △발음 등 평균 6년간의 추적/관찰을 하며 환자의 청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환자 6명 모두 수술 후 4년 이내 짧은 문장은 입모양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CAP5를 달성했고, 3명은 최고 수준의 청취능력 등급이자 전화통화까지 가능한 CAP7을 받았다. 수술 후 3년 이내 단어·문장 인식과 발음에서도 절반 이상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7년 이내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은 기형 없는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이번 연구에 따라 달팽이관이 없는 환아에게도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하고 추적·관찰한다면 청력 및 언어발달 장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금기라고 여겨졌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 대상 인공와우 이식술의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에게 성공적인 인공와우 이식술을 하기 위해서는 와우전정신경의 상태와 수술 중 전기적으로 유발된 복합활동 전위를 고려해 전극을 이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유발하는 난청 유전자가 ‘GREB1L(Growth Regulation by Estrogen in Breast cancer 1-Like)’라는 것도 세계 최초 규명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은 달팽이관의 기형 중 가장 심한 증상이지만 어떠한 유전자가 관련 증상을 야기하는지 규명하는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진단기법을 활용해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분자유전학적진단을 활용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421례의 인공와우 이식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60%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우열·분리·독립의 법칙같은 멘델 법칙을 따르지 않는 유전양식을 갖는다는 것도 규명했다.

연구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의 검사결과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와우전정신경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환자는 전정기관에 인공와우전극을 조기에 이식받아 청력과 언어발달의 문제없이 자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봉직 교수는 “GREB1L 유전자의 변이는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다.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포함한 난청을 야기하는 유전자들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이비인후과 분야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 ‘임상 이비인후과학(Clinical Otorhinolaryngology)’와 ‘임상&실험 이비인후과학(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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