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채 함정’] ‘채권추심원’으로 변한 중국, 신흥국 혼란 부채질

입력 2022-06-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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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당시 개도국에 거액 빌려주는 부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돌연 빚쟁이로
경제난에 스리랑카 디폴트, 파키스탄 총리 축출
해외 재융자 신중 모드로 돌변하자 개도국 아우성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월 9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콜롬보/신화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월 9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콜롬보/신화뉴시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달러 강세 등으로 대규모 부채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빌려줬던 게 지금의 부채 위기를 더 심각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들어간 스리랑카다. 자주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이 자국에 더 의존하도록 ‘부채 함정’ 외교를 추구했고, 스리랑카가 그 첫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중국의 부채 함정 외교에 최근 새로운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그동안 돈을 마구잡이로 풀었던 중국이 이제는 거꾸로 ‘채권추심원’처럼 행동하면서 신흥국에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만 건설은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스리랑카는 2010년 신설한 함반토타 항구가 줄곧 적자를 내자 2017년 중국 국유기업인 초상국항구와 99년짜리 운영권 계약을 맺었다. 운영권을 빌려준 대신 차입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 돈을 빌린 신흥국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는 스리라아카 콜롬보에서 지난달 19일 부상 당한 반정부 시위자가 실려가고 있다. 콜롬보/AP뉴시스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는 스리라아카 콜롬보에서 지난달 19일 부상 당한 반정부 시위자가 실려가고 있다. 콜롬보/AP뉴시스
최근 이런 상황은 부채 함정을 넘어서고 있다. 스리랑카가 4월 대외채무 지급 일시 정지라는 사실상의 디폴트를 선언한 배경엔 중국이 대출 연장에 신중한 자세로 변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당시 중국은 스리랑카의 25억 달러(약 3조 원) 상당의 자금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스리랑카는 5월 19일 영국에서 독립한 후 처음으로 디폴트에 공식 돌입했다.

중국이 스리랑카는 물론 자국 대외융자 전반을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은행(WB)의 세바스티안 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기고에서 “중국의 대외융자 열풍은 거의 끝났다”며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신규 대출에서 원리금 상환을 제외한 순이전은 2016년 정점을 기록한 후 2019년과 2020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이 개도국 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에서 글로벌 채권추심원으로 전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파키스탄에 대한 자금 지원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또 다른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동 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한 주요 경유지로 그간 중국이 공들여온 국가지만, 현실은 파키스탄이 3월 상환했던 40억 달러에 대한 재융자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줄이 끊긴 파키스탄은 지난달 인플레이션 대란 속에 임란 칸 총리가 축출되는 등 불안한 정세를 보인다.

게다가 개도국 채무 재편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중국이 불확실성 요소로 부상하면서 더 골치 아픈 상황이다. 그동안 개도국 채무 재편에는 1956년 출범한 파리클럽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파리클럽은 미국 등 22개 채권국이 모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연맹체로, 문제는 세계 최대급 채권국이 된 중국이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개도국의 채무 재편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파리클럽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공시한 바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하는 ‘채무 서비스 중단 이니셔티브(DSSI)’의 지원을 받는 개도국의 중국 차입비율은 2006년 2%에서 2020년 1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파리클럽 회원국에 대한 차입비율은 28%에서 10%로 급감했다.

한 마디로 중국은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를 부채 함정에 빠뜨려 왔는데, 이제는 태도를 바꿔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채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혼 WB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의 대외융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고 중국이 대출을 연장하는 데 더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중국과 밀접한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거의 전 지역에 걸친 개도국 수십 곳의 자본 흐름과 부채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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