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잊히고 싶다고 하면 잊히나…역대 대통령들 보니

입력 2022-05-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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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연합뉴스)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연합뉴스)

퇴임 후 잊히고 싶다

‘전직 대통령’이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수차례 한 발언입니다.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 말했으며, 올해 3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에서도 성파 스님에게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10일 퇴임 직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 내려간 문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이제 완전히 해방됐다. 자유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 같은 발언들은 퇴임 후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임기 말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던 만큼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6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발표한 결과, 문 전 대통령의 집권 마지막 주 지지율은 45%에 달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보니, 정치권 안팎으론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자유인’ 꿈, 어려운 이유

실제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에도 바쁜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먼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일정이 대표적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방한할 바이든 대통령과 22일 만남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날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정세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직후 미국 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게 남·북·미 등의 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만남을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으니 말이죠.

실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며 ”한반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 문 (당시 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추모영상을 보고 있다. (뉴시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추모영상을 보고 있다. (뉴시스)
또 문 전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13기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는 건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인데요. 노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귀향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여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정치권의 눈길까지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역대 대통령 행보…막강한 영향력 행사

역대 대통령들 또한 퇴임 후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두드러집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거주한 상도동 자택에서 정치 세력화에 나서며 ‘상도동계’라는 계보 정치를 등장시켰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동교동 사저에 거주하며 ‘동교동계’라는 정치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한국 정치 역사에 남은 ‘사저 정치’와 ‘훈수 정치’라는 말도 이 두 대통령의 정치 세력에서부터 나온 것입니다.

퇴임 후 봉하마을로 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세력화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최초로 퇴임 후 귀향을 택해 조용한 시골 마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의지와 다르게 봉하마을이 오히려 ‘친노 정치인’들이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었죠.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사저에 들어서기 전 주민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사저에 들어서기 전 주민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그가 바란 대로 ‘잊힌 채’, ‘자연인’의 삶을 살게 될지, 또는 정치적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자연인’ 의지와 상관없이 그가 가진 ‘상징성’은 역대 대통령들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죠. 향후 어떤 행보를 걷게 될지는 곧 다가올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예측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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