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보고체계도 피해 간 우리은행 횡령사건…금융당국 속수무책

입력 2022-05-02 16:11 수정 2022-05-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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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8년 금융사 STR 보고건 399만 건…횡령 거래 누락 여부 이목
금감원, 횡령 기간에 우리은행 11차례 검사…작년 종합검사서도 놓쳐
은행권에도 여러 추측 쏟아져…“감사 수차례 받는데 10년간 몰랐다는 게 의문”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우리은행 직원의 수백억 원 횡령사건을 두고 금융회사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하는 의심거래신고 시스템을 어떻게 피해갔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어디서도 수백억 원의 자금이 은행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셈이다.

FIU에 보고한 의심거래 399만 건인데 이번 횡령 건 누락된 듯

2일 금융위원회 산하 FIU가 지난달에 발간한 ‘금융정보분석원 브로슈어’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은행 자금 614억5214만 원을 빼돌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금융사들이 FIU에 신고한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는 399만68건으로 집계됐다.

STR는 금융거래가 불법재산이라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거나 자금세탁행위라고 의심되는 거래를 FIU에 보고하는 제도다.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도 있는데 이는 현금거래, 현금자동입출금을 이용한 입·출금 거래를 대상으로 한다. 회계상의 가치 이전만이 이루어지는 거래(계좌이체, 인터넷뱅킹 등)는 제외된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금융거래 등의 상대방이 금액을 분할해 금융 거래 등을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금융 거래 등의 상대방 수, 거래횟수, 거래 점포 수, 거래 기간 등을 고려하여 당해 금융 거래 등이 의심되는 거래 보고대상 금융 거래 등인지를 판단하여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A씨는 2012년(10월 12일), 2015년(9월 25일), 2018년(6월 11일) 세 차례에 걸쳐서 자금을 횡령했다. 금융사고 금액이 600억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세 차례에 걸쳤다고 해도 이체 금액은 최소 수억 원대에서 수백억 원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A씨가 횡령금 일부를 동생인 B씨 계좌로 이체했고, B씨는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FIU는 기본적으로 자금세탁을 막는 역할을 한다”며 “금융회사가 기업(법인)으로 송금하는 형태였다면 FIU 보고 대상에서도 제외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라는 게 금융업계 의견이다.

FIU 측은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FIU 관계자 “내부적으로 (의심거래보고제도) 규정 만들어서 운영하도록 돼 있다”라면서 “FIU 감독규정에 해당 내용이 반영돼 있으며 그 외 사안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11차례 종합·부문검사 진행…작년 말엔 우리금융 종합검사 나서

금융감독원도 10여 차례 검사를 했지만 횡령 정황을 포착하지 못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일반은행검사국, 기획검사국, 은행리스크업무실, 외환감독국, 금융서비스개선국, 연금금융실 등이 동원돼 총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에 횡령 사고를 일으킨 우리은행 직원은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 원을 인출했다.

금감원은 총 11차례 검사에서 우리은행의 부동산개발금융(PF 대출) 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 초래,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2013년 종합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민영화와 매각설로 미뤄졌으며 2014년에는 검사 범위가 축소된 종합 실태평가로 바뀌었다. 2016년과 2018년에는 경영실태 평가를 받았지만, 금감원과 은행 모두 범행을 포착하지 못했다.

“10년간 정말 몰랐을까?” 은행권, 갖가지 추측 쏟아져

이번 사건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최초 횡령이 발생한 2012년부터 10년간 정말 우리은행 내부에서 아무도 몰랐던 것인지 등을 두고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원들이 가장 의아한 부분은 은행 내부 감사망을 피해갔다는 점이다. 현금을 직접 거래하는 업무 특성상 내부 감사가 촘촘한데 그 틈을 파고들어 자금을 빼돌린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적으로 주간 감사, 월간 감사 등 감사가 많다. 영업점의 경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원이 장기간 휴가에 들어가면 특명 감사를 한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제기되는 의문이 우리은행이 10년간 횡령 사실을 진짜 몰랐는지다. A씨의 현재 직급이 차장인 점을 고려하면 처음 자금을 빼돌렸던 당시에는 과장급으로 유추할 수 있다. 업무 보고 체계가 보수적인 은행업 특성상 거액의 자금을 단독으로 빼돌렸다는 게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 만큼 경위가 밝혀지겠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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