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어진 세상, ‘존버’하다 떠납니다”…'괴짜' 이외수 지다

입력 2022-04-26 14:13 수정 2022-04-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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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 씨. (출처=이외수 페이스북)
▲소설가 이외수 씨. (출처=이외수 페이스북)

소설가 이외수씨가 25일 오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괴짜’ ‘기인’으로 불리며 기발한 상상력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비틀어진 세상에 자신만의 위로를 건넸던 이외수. 그의 죽음에 그를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다.

고인은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춘천교대에 진학했으나, 곧 중퇴하고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거쳐 1975년 중편 ‘훈장’이 잡지 세대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1978년에 낸 첫 장편 ‘꿈꾸는 식물’이었다.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 김현은 “섬세한 감수성과 뛰어난 상상력이 충격적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후 작가는 1992년 ‘벽오금학도’로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계로 다녀온 한 소년이 수 십 년의 방황 끝에 결국 선계로 통하는 그림 속의 문으로 홀연히 사라졌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썼다는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탐구하고 있다. 작가 특유의 도가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눈에 띄는 이 작품은 출간 3개월 만에 12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방문에 교도소 철창을 달고 4년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소설 뿐 아니라 우화, 에세이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과거 자신이 펴낸 시집 ‘풀꽃 술잔 나비’(1987)와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2000)에 수록된 138편의 시를 사랑이란 주제로 묶어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 쉴 때까지’(2006)를 펴냈다.

또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이외수의 소통법·2007), ‘하악하악’(이외수의 생존법·2008), ‘청춘불패’(이외수의 소생법·2009), 트위터에 올린 글 등을 묶은 ‘아불류시불류’(이외수의 비상법·2010) 등 각기 부제를 붙인 에세이집을 내놓기도 했다.

그의 소통법은 다양했다. 2010년대 초부터 팔로어 170여 만명의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며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린 것. 화려한 말솜씨로 CF, 토크쇼,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하기도 했다.

다방면에서 활동한 만큼 그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컸다. 2019년 미스 강원 출신의 부인 전영자씨와 결혼 43년 만에 ‘졸혼’을 선언하며 ‘결혼생활의 졸업’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도 했다. 또 혜민 스님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는 고인의 발언을 그래도 옮기면서 ‘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존버’라는 단어를 퍼뜨리기도했다.

천상 예술가였던 그는 1990년 ‘4인의 에로틱 아트전’과 1994년 선화(仙畵) 개인전을 열며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고인은 2014년 갑작스러운 투병 사실을 알렸다. 위암 2기로 수술을 받았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긴 투병에 들어갑니다. 검사 결과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로 판명되었습니다”고 올린 것이다. 당시 그는 “다시 여러분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빕니다. 제게 오는 모든 것들을 굳게 사랑하며 살겠습니다”고 말했으나, 2020년 3월 다시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전씨와 한얼, 진얼 두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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