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4월에 생각나는 환자

입력 2022-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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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경 부평밝은눈안과 원장

“눈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또 불편하시면 오세요.”

“네. 원장님, 그런데 꼭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환자의 눈빛이 아까 진찰할 때와 사뭇 달랐다.

“대기실에서 원장님의 책을 읽고 나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 역시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거든요.”

잔잔하던 내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병원 대기실에 놓인 내 수필집에는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때 당한 교통사고와 관련 있는 글이 몇 편 들어 있다.

“그 녀석이 무려 40일을 의식 없이 누워 있었어요. 그때의 타들어가던 마음이란 정말…. 억장이 무너져 내렸죠.”

“아…. 정말 힘드셨겠네요.”

“네. 그 심정이야 말도 못 하죠….”

내 아들의 사고가 있었던 날의 등굣길 아침이 떠올랐다. 차에 부딪혀 쓰러진 아들이 도로 위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던 시간이 떠올랐다. 한 1분 정도 되었을까. 아들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부르면서 의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흔들어 깨우던 그 시간, 두렵고 떨리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살아나서 다시 나를 알아보고 말을 하는 거예요.”

오래전 일임에도 말하며 울컥 무언가가 치미는 눈치였다. 나도 마치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놀라면서도 적이 다행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울면서도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아쉬움 섞인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요, 그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더군요. 이후 공부도 열심히 했고 유학도 갔어요. 결혼해서 잘 사는 데 한 가지 아쉬운 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요. 실수를 곧잘 하곤 해서, 보고 있으면 뭔가 불안하죠. 그럴 때면 다시 마음이 아파오기도 하고…. 원장님도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비슷한 고통을 겪은 부모로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에구!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바쁘신데 시간을 뺏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환자분과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진료실을 나서는 그의 기운 어깨에서 서글픔이 묻어났다. 마음으로 그의 가정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내 아들은 사고 당시 잠시 의식을 잃었다 내 품으로 돌아왔다. 어떤 이의 아들은 무려 수십 일을 떠나 있었지만 다행히도 돌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자식들도 있다.

4월이 와서 그런 걸까. 그 환자가 자꾸만 눈앞에 떠오른다.

정찬경 부평밝은눈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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