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청산'보다 '매각' 가치 커진 쌍용차…“이제 해볼 만하다”

입력 2022-03-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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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축소ㆍ무급휴가 견디는 직원들
미련없이 에디슨 컨소와 본계약 해제
중형 SUV 신차 J100 6월 출시 임박
'사우디' CKD 수출 물량 3만 대 확보
“1년 전과 달리 경영환경 크게 개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 행보는 인수의향서(LOI) 제출부터 28일 계약해제 결정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는 의문의 반복이었다.

매각이 원점으로 되돌아왔지만, 쌍용차 안팎에서는 오히려 “잘 됐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정관리 시작 때보다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됐고, 내수와 수출 모두 긍정적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회사 안팎에 역력하다는 의미다.

이날 쌍용차와 M&A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쌍용차 매각은 본입찰과 본계약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인수자금과 회생 전략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 그만큼 에디슨모터스가 명확한 인수자금과 자금출처ㆍ회생 전략, 나아가 보유 중이라던 친환경 전기차 기술력 등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못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고 최종 단계인 ‘인수 잔금납부 실패’로 이어졌다. “빚내서 회사를 인수하겠다”라는 무리한 인수·합병 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그래픽=이투데이)
(그래픽=이투데이)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동안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실패를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단순하게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기업 규모의 차이를 떠나 에디슨모터스의 뒷배가 됐던 키스톤PE와 KCGI 등 사모펀드가 인수단을 떠났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1.75%에 불과한 현금 변제율이었다. 쌍용차와 쌍용차 노조, 협력사는 받아야 할 돈의 2% 남짓만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받으라”는 회생 계획안에서 마음을 돌렸다. 협력사에 이어 노조까지 인수에 반기를 든 것도 이때부터다.

이제 쌍용차는 재매각에 나선다. 이미 시간적 손실이 컸으니 재매각은 빠르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차 출시와 수출 물량 확보 등의 효과가 이어지는 만큼, 회사의 재매각 의지도 커졌다.

본격적인 법정관리를 시작한 이후 쌍용차 경영 환경이 크게 달라진 점도 한몫을 했다.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회사를 쉬고 복지와 급여를 반납한 덕도 컸다.

여기에 출시가 불분명했던 신차 J100의 공개 시점이 6월로 확정됐다. 반도체가 모자랄 뿐, 출고 대기 물량만 1만3000여 대에 달할 만큼 내수 기반도 탄탄하다.

▲쌍용차는 사우디 SNAM사와 손잡고 현지 조립공장을 추진한다. 완공되면 사우디에서만 연간 3만 대 이상의 수출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사진은 지난 1월 현지 조립공장 준공식 모습.  (사진제공=쌍용차)
▲쌍용차는 사우디 SNAM사와 손잡고 현지 조립공장을 추진한다. 완공되면 사우디에서만 연간 3만 대 이상의 수출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사진은 지난 1월 현지 조립공장 준공식 모습. (사진제공=쌍용차)

나아가 수출도 긍정적이다. 사우디 SNAM가 반조립 물량 생산을 위한 조립공장을 현지에 착공(1월)했다. 이 공장은 사우디 최초의 자동차 조립공장이다. 완공되면 쌍용차는 사우디에서만 최소 연간 3만 대의 수출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재매각을 추진하며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단계적으로 생긴다는 뜻이다. 동시에 매각 가치도 법정관리 시작 무렵보다 몰라보게 달라졌다.

물론 새로운 인수자가 없으면 회사는 청산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쉽게 청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쌍용차는 1998년 IMF→2008년 리먼 쇼크→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제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경영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매각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미 2009년 옥쇄파업을 겪으면서 청산보다는 매각가치가 더 크다는 법원의 판단도 끌어냈다. 쌍용차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청산보다는 재매각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산’이 결정되면 정부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산업은행 등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법원이 청산가치보다 매각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쌍용차의 청산은 새로 출범할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공적자금 투입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청산'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용원 쌍용차 법정 관리인은 “경영여건 개선이 회사의 미래가치를 증대시켜 보다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최단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일방적인 계약해제 통보 철회를 촉구했다. 동시에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또는 계약해지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과 계약이행보증금 305억 원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나선 강 회장의 모습.    (이투데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일방적인 계약해제 통보 철회를 촉구했다. 동시에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또는 계약해지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과 계약이행보증금 305억 원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나선 강 회장의 모습. (이투데이)

한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당장 잔금 납부를 못 하면서 사실상 인수에서 멀어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일방적인 계약해제를 철회하고 관계인 집회 기일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수 컨소시엄의 구성원이 변경된 만큼, 관계인 집회 기일도 연장돼야 하는 데 이들이 이를 간과하고 계약해제를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에디슨 측은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또는 계약해지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과 계약이행보증금 305억 원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일원인 에디슨EV 이광호 대표는 본지에 “기업결합변경신청에 따라서 인수 컨소시엄이 확정되고, 그에 따라 각 컨소시엄 주체의 인수대금 등 조달 범위가 확정되기 때문에 ‘기업결합변경신청’이 완료돼야 인수 잔금 납부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며 “절차와 규정 무시하고 계약해지를 통지한 것은 쌍용차 (정용원) 관리인의 월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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