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고 쌓이는데… 경기둔화 신호 아니다? 이유 살펴보니

입력 2022-02-08 12:00 수정 2022-02-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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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수요감소보다 감염병 위기 특성에 기인"

(한국은행 보고서)
(한국은행 보고서)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고가 늘고 있지만 향후 제조업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반적인 경기둔화기에 주로 나타나는 ‘수요감소→재고증가’ 사이클이라기보다 감염병 위기 특성 등에 주로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경기회복으로 인해 수요는 꾸준히 증가세다.

8일 한국은행은 ‘최근 공급 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 차질, 물류지연 등으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조업 재고는 오히려 빠르게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재화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지난해 3분기 국내 제조업 재고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8.2%로 2012년 4분기(9.5%)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국내 제조업 재고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금속, 석유제품, 화공품 등을 중심으로 큰 폭 뛰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조업 재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쌓였던 재고가 회복하기 시작한 2020년 7월과 비교해 석유정제품이 6.3% 늘었고, 화학제품 18.8%, 1차금속 3.1%, 반도체 12.1%, 자동차 부품이 14.5% 늘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위기 초기에는 수요(출하)가 위축되고 생산 조정은 늦어지면서 재고가 늘어난다. 그러다 회복기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고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재고순환 패턴은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 시 국내 제조업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과거 위기 시에는 주로 경기둔화기에 재고가 늘어났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경기 회복기에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번 위기·회복 과정에서 수요측 요인뿐만 아니라 글로벌 생산차질 및 감염병 확산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재고순환 패턴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재고 증가 배경을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먼저 동남아지역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차질이 국내외 완성차 및 IT기기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용 부품과 강판, 메모리 반도체 등의 재고가 늘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 출하 감소도 원인이다. 철강, 화학제품의 경우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으로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철광석, 유연탄,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철강의 경우 중국의 탄소중립정책에 따른 생산량 축소로 단가가 빠르게 올랐다.

감염병 확산기 이동량 감소에 따른 연료판매 둔화도 재고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감염병 확산세 심화의 영향으로 이동량이 줄어들면서 경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판매가 둔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기(1~3차)마다 이동성 지표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의 출하가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했다.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재고가 늘어난 데에는 중간재 생산 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중간재 생산을 해외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 독일 등에서는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완성차를 중심으로 재고가 감소했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전자부품 등 중간재 생산이 많은 일본에서는 재고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얘기다.

이용대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최근 재고가 늘어나는 게 향후 제조업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고 증가 등 요인으로 경기선행순환지수가 6개월 연속하락하고 있지만, 다르게 살펴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재고 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글로벌 공급 차질이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 차량용 부품 등 중간재 출하가 되살아나면서 제조업 재고 흐름이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경기회복 과정에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재축적(restocking)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경우 우리 수출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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