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① 세 가지 시나리오

입력 2022-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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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패권 유지? 中의 추월? 치킨게임 피할 ‘경쟁적 협력자 관계’ 될 듯

미국 외교가의 전설이자 미·중 간 외교관계의 산증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미·중 간 펼쳐지고 있는 신냉전이 단순히 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양국의 경제력, 기술력, 군사력을 비교해 보면 과거 미·소 냉전의 시대와 전혀 다른 더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간 충돌은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며 2022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 간 충돌로 만들어진 먹구름의 무게중심이 주변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는 하락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의 가늠자가 될 11월 미국 중간선거, 시진핑 주석 3연임을 결정짓는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그리고 3월 우리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중요한 해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작하게 된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기획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인 듯하다. 첫 칼럼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미·중 신냉전을 어떠한 시각과 관점에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글로 시작하려고 한다.

다차원적 신냉전, 세력전이 가능할까

미·중 신냉전 이해의 핵심은 양국 간 성장 속도의 차이 때문에 도전국(중국)의 국력이 패권국(미국)의 국력보다 강해지는 ‘세력전이 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에서 출발한다. 세력전이 이론은 미국 국제정치학자인 케네스 오르간스키(A. F. Kenneth Organski) 교수가 1958년 처음 언급한 힘의 변동이론으로, 국제관계는 패권국이 존재하고 패권국이 이익이나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지만, 만약 도전국의 힘이 패권국에 근접하거나 균등해지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에 얼마나 근접했느냐에 따라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의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미·중 양국의 힘의 관계를 어떤 형식과 방식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중 신냉전을 예측 분석할 수 있다.

과거 미·소 양국이 핵무기를 둘러싼 군비 경쟁이라는 측면에서의 일차원적인 냉전이었다면, 미·중 간 충돌과 격돌은 경제력, 기술력, 군사력, 민주가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벌이는 다차원적인 신냉전이다. 따라서 과거 미·소 냉전과는 전혀 다른 매우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확산되며 주변국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미·중 간 신냉전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가? 국내외 전문가들마다 미·중 신냉전의 서로 다른 세 가지 시각이 있다.

▲지난해 3월 18~19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박 2일 동안 고위급 담판을 벌인 미국과 중국. 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난 미·중은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오른쪽 사진 왼쪽)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 양제츠(왼쪽 사진 오른쪽)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대화에 나섰지만 갈등만 재확인하면서 향후 험난한 양국 관계를 예고했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간 대결 구도는 이제 국제관계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주변국들에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앵커리지/AP연합뉴스
▲지난해 3월 18~19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박 2일 동안 고위급 담판을 벌인 미국과 중국. 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난 미·중은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오른쪽 사진 왼쪽)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 양제츠(왼쪽 사진 오른쪽)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대화에 나섰지만 갈등만 재확인하면서 향후 험난한 양국 관계를 예고했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간 대결 구도는 이제 국제관계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주변국들에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앵커리지/AP연합뉴스

시나리오1, 미국은 그래도 세다!

첫 번째는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패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과거 구소련과 일본처럼 미국은 중국 견제에 성공하며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과 달러패권으로 인해 결코 패권국의 지위를 중국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고해 보면 1940년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대립과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미·소 냉전도 그러했다. 소련이 1953년 인공위성을 최초로 발사하며 1980년대까지 거의 30년간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그러나 45년 동안 소련과의 경쟁에서 결국 미국이 승리하며 글로벌 패권을 가지게 된다. 소련과의 패권경쟁이 끝날 무렵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일본의 도전에도 직면한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소련을 넘어 세계 2위에 올랐고,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에즈라 보겔 교수가 쓴 ‘일등국가 일본(Japan as Number one)’이라는 책 제목처럼 미국이 몰락하고 일본이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결국 달러패권 앞에 일본도 무릎을 꿇었다. 미국은 당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만회하고, 일본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엔화 평가절상을 요구한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체결했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일본 수출기업의 몰락과 버블경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도쿄 부동산을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애기가 나올 정도였던 일본의 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국제결제은행(BIS)이 자기자본비율을 8%대로 올리자 어쩔 수 없이 일본 은행들은 금리를 2배 이상 올렸고, 결국 일본의 자산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잇따라 파산하고 거리엔 실업자가 넘쳐났다. 미국의 경제패권을 넘보던 일본의 참혹한 패배였고 그로 인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고통을 경험해야 했다.

시나리오2, 중국의 추월은 시작됐다!

두 번째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새로운 패권자로 등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이는 중국의 정치력과 경제력, 4차산업혁명 기술 굴기에 기반한다. 중국은 1당 독재의 정책 지속성이 가능하고, 경제력 규모로 곧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미국 대통령을 ‘어쩌다 공무원’이란 뜻의 ‘어공’에,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늘 공무원’이란 뜻의 ‘늘공’에 비유한다. 공산당의 일관된 정책 지속성이 중국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경제 규모가 향후 1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해 경제패권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2020년을 기점으로 미국 GDP의 70%를 넘어서면서 향후 7~8년 안에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영국, 일본 등의 여러 연구기관들은 중국이 추월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8.86조 달러 규모인 중국의 GDP는 미국(22.94조 달러)의 73.5%로 점차 미국 경제를 따라잡아 가는 형국이다. 4차산업혁명 첨단기술 영역에서의 중국의 성장은 더욱 가파르다. 반도체를 제외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의 분야에서 세계 특허 및 논문인용지수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특히 국제특허는 2019년 미국을 추월한 이후 지금까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특허 신청은 6만8720건으로 전년 대비 16.1% 성장하며 미국(5만9230건)을 훨씬 앞서가는 상황이다.

시나리오3, 제로섬게임은 없다

세 번째는 미·중 관계를 제로섬게임 혹은 치킨게임이 아니라 경쟁-충돌-협력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쟁적 협력자 관계로 보는 시각이다. 향후 오랜 기간 미·중 간 신냉전은 지속되며 글로벌 정치 및 경제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전쟁에 비유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미·중 간 신냉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로운 강대국(아테네)이 부상할 때 기존 강대국(스파르타)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미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제사회는 고도로 연결되어 있고 이해당사자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 모두에 불리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미·중 양국을 넘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미국이 승리하는 제로섬게임이 결코 쉽지 않다. 또한 무력충돌과 같은 치킨게임이 벌어질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을 미·중 양국 모두 잘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지만, 중국의 군사력도 미국에 대응할 정도의 몸집을 키워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가

필자 또한 미·중 간 신냉전을 경쟁적 협력자의 관계로 보며, 이러한 대결 과정에서 주변국에 미칠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거대한 두 세력의 힘과 영향력의 변화는 새로운 파장과 여진을 불러오고, 그러한 단층의 변화가 축적되면서 결국 큰 지진이 오기 마련이다. 다가올 미·중 간 신냉전의 지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강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우리의 해법과 대안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냉철히 현시점을 바라보고 오해와 편견의 굴곡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삶과 미래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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