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채위기 증폭, 비상한 경제운용 각오 다잡아야

입력 2021-12-27 05:00

올해 3분기 우리 가계와 기업의 빚이 모두 3342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가계부채가 1844조9000억 원, 기업은 1497조8000억 원이다. 이 같은 민간신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19.9%로 전년동기 대비 9.4%포인트(p) 불어난 규모다. 한국은행이 지난 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나타난 수치다. 과도한 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우려가 커진다.

가계부채가 1년 전보다 9.8%, 기업부채는 12.4% 불어났다. 기업의 부채증가율이 높지만 취약한 고리는 가계부채다. 집값 폭등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빚을 키웠다. 자산가격 거품이 꺼질 경우 당장 채무상환이 어려워지는 문제에 직면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긴급자금 대출도 늘었다. 3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887조5000억 원으로 1년 전(777조4000억 원)보다 14.2% 증가했다. 대부분 신용도 낮은 취약계층인데다 이들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고, 아파트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빚의 역습’에 대한 경고등이 강해졌다.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 대출 고삐도 더 조여진다. 한은의 ‘20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은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이 완화되도록 통화정책을 적절히 조정(금리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에 앞서 지난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선제적으로 올렸다. 현재 연 1%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도 빨라진다. Fed는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을 내년 3월로 앞당기는 데 이어, 지금 제로(0) 금리에서 2022년 3회 인상을 시사했다. 우리 기준금리도 내년 1~2차례, 1분기와 3분기에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

문제는 글로벌 원자재값 상승과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계속 커지고, 우리 기준금리 상승에 자산가격 하락이 겹쳐 금융시스템이 급속히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도 가장 우려하는 국면이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자산가격 거품 붕괴로 채무상환이 어려워지고, 가계의 소비 감소와 내수 침체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4%로 뒷걸음질친다. 확률은 낮지만, 인플레 압력이 더 강해지고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오는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3.0%까지 추락해 스태그플레이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어느 때보다 위험한 경제여건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경제정책이 휘둘리는 상황이 가장 큰 위험이다. 부채의 위기와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를 더 가라앉히지 않도록 비상한 거시경제 운용의 각오를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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