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보유세 제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입력 2021-1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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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최근 종부세 논란에서 보듯 한국에서 문제가 아주 많은 부동산 세제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즉 보유세이다. 한쪽에서는 한국의 보유세는 실효세율이 너무 낮아 부동산 투기나 과다 보유를 방지하는 데 무력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소득과 무관한 과세로 세금 폭탄이고 은퇴자 등에게 징벌적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보유세의 과세 이유와 경제적 의미를 간단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재산세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교통·교육·의료 등의 생활 인프라와 공공서비스의 사용료 성격의 세금으로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나라에서 지방세로 운영된다. 종합부동산세는 과거 토지 과다보유세, 종합토지세 등에 뿌리를 둔 것으로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기 위한 국세이다. 부동산 보유세의 경제적 의미는 첫째, 공급이 제한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지대(rent)를 줄일 수 있다. 둘째, 토지 등 고정물에 대한 과세는 이론적으로 과세 시 공급량과 가격의 변화가 적어 경제구조 왜곡도 적다. 셋째, 부(富)와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부동산 보유세는 합리적으로 운용되면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너무 복잡하고 자주 바뀌어 국민을 참으로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과세기준 금액은 시가와 괴리가 큰 공시가격에다 공정시장가액 비율까지 곱하여 복잡하게 산정한다. 따라서 납세자들은 집값보다는 정부가 정하는 공시가격이 올라 세금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동산의 종류, 보유 주택 수, 부동산 가액뿐 아니라 주택의 위치, 납세자의 나이와 거주기간 등에 따라서도 세금이 달라진다. 여기에 130% 등의 상한제까지 있다. 납세자는 얼마 정도를 내야 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저 나라가 내라는 대로 낼 수밖에 없다.

왜 이리 부동산 보유세가 복잡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는 부동산에 세제상 특혜를 주면서, 세금을 중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 같다. 한국은 복잡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2018년 0.8% 정도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에 비해 낮고 미국의 2.7%에 비해서는 많이 낮다. 정부나 납세자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갖고 아무리 요란을 떨어도 걷는 세금은 얼마 안 되고 집값·집세는 계속 오르는 것이다. 한국의 보유세 제도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보유세 제도 개혁의 기본방향은 제도를 단순 투명하게 하여 국민들이 쉽게 자신의 세금 규모를 알 수 있게 하고, 보유 부동산의 시가 평가액이 큰 부동산은 세금을 많이 내게 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예외는 아주 최소로 운용하여야 한다.

먼저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이나 공정시장가격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단순화한다. 취득세와 양도세는 이미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새로 평가된 시장가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한다. 세율은 부동산 시가에 따라 누진율을 적용하고 서울, 수도권, 대도시, 농촌지역 등 부동산 소재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정한다. 평균 세율은 과세기준 금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보다 낮춘다. 여기에 ‘0’ 세율이나 아주 낮은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부동산을 정하면 된다. 자경농지와 공장 등 업무용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문제이다. 보유세에 대해 드러난 불만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1주택자들이다. 한국은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은 과다하고 무주택 세입자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1주택자에 대한 특혜가 똘똘한 한 채로 이어져, 서울과 강남 등으로의 주택 수요의 쏠림 현상을 증폭시키고 있다. 강남 등 인기지역의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의 쏠림현상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세입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1주택자라고 혜택을 많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주택자에 대해서 특별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보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를 나중에 낼 수 있는 납부이연의 혜택을 주는 것이 좋다.

보유세 납부이연제도는 주택 보유자가 세금을 매년 납부하지 않고, 주택의 매각이나 상속 증여 시 합해서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고 주택의 상속이나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을 억제할 수 있다. 서울이나 강남의 비싼 집값은 교통·교육·문화·의료 등 정부의 공공서비스가 집중된 영향이 크고 이의 혜택을 1주택자도 충분히 누렸기 때문에 그에 상응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보유세의 과세 원칙에서 볼 때 합리적이다.

마지막으로 종합부동세는 재산세가 정상화되는 것에 맞추어 과세 대상자를 축소해 나간다. 최종적으로는 주택 건물 토지 등을 합하여 상위 0.1% 정도의 고액부동산 보유자만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부동산 보유세가 단순화·합리화되면 국민의 반발도 적어지고 주택시장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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