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숍 '날개 없는 추락'…3개 문 열 때 58개 문 닫았다

입력 2021-12-09 15:49 수정 2021-12-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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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VS 58’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숍의 평균 신규 출점과 폐점 매장 숫자다. 3개 가맹점이 새로 생길 때 58개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창업절벽과 줄폐점이라는 악재가 겹친 시장이 바로 화장품 브랜드숍이다.

화장품 브랜드숍은 단일 브랜드의 제품만 취급하는 점포로 2000년대~2010년대 초반까지 화장품 유통 채널 중 가장 비중이 컸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헬스앤뷰티(H&B)스토어의 성장과 이커머스를 통한 화장품 구매가 늘면서 점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브랜드숍의 주 고객층이던 외국인 관광객마저 발길이 끊어져 지난해 브랜드숍은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9일 이투데이가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분석한 결과 화장품 브랜드숍 수는 4년 전 대비 2000개 이상 감소했다. 특히 가맹점의 경우 폐점률이 직영점보다 더 높았다. 같은 기간 가맹점은 1200개 가량이 사라졌다.

브랜드 수도 급감했다. 2016년 34개에 달하던 브랜드는 현재 반토막난 18개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매장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거나 가맹점이 없이 직영으로만 운영되는 브랜드가 5개에 달한다. 지난해 신규 출점이 전혀 없었던 브랜드도 6개였다.

▲미샤 브랜드숍 (에이블씨엔씨)
▲미샤 브랜드숍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브랜드숍은 성장 속도만큼이나 몰락도 빨랐다. 2002년 에이블씨앤씨가 ‘미샤’를 론칭하며 시작된 브랜드숍의 역사는 20여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브랜드숍은 매장수 감소가 이어졌다.

2010년대 초 상위 5위권에 드는 브랜드숍 대부분은 매장수 500개 이상을 보유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매장수 500개 이상 브랜드숍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 유일하다. 브랜드숍의 효시격인 미샤는 355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아리따움이 680여개, 이니스프리가 420여개 매장을 보유했다.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장수는 각각 398개, 380개다. 네이처컬렉션은 같은 LG생활건강 브랜드숍인 더페이스샵에서 간판을 바꿔단 매장이 늘어나면서 유일하게 매장수가 증가했다. 네이처컬렉션의 점포수는 460개다.

직영을 제외한 가맹점의 이탈은 더 심각하다. 아리따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맹점만 1003개였으나 현재는 직영을 포함한 점포수가 680개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사라진 아리따움 가맹점은 189개에 달한다. 더페이스샵도 141개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토니모리 가맹점도 80개나 줄었다.

실적도 참담하다. 업계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백화점, H&B스토어를 비롯해 온라인까지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브랜드숍의 몰락이 곧바로 기업의 존폐 위기로까지 이어지진 않지만 브랜드숍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6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네이처리퍼블릭과 토니모리도 200억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화장품 브랜드숍이 시장 지배력을 잃으면서 홈쇼핑에 진출하거나 온라인 판매 확대를 통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샤와 토니모리는 홈쇼핑에 진출해 제품 판매에 나섰고 자체 온라인몰을 통한 판매 촉진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 확대도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기존 가맹점들이 매장 매출이 감소한다며 본사의 온라인 할인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위기를 극복한 방안 마련을 고심 중이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기존 브랜드숍을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숍은 과거 전문점이 사라지던 상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기존 가맹점 때문에 온라인 판매 확대도 발목이 잡히는 만큼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새로운 제 2, 제 3의 브랜드를 론칭해 이커머스와 홈쇼핑에 진출하는 것만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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