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식 수평 구조 구축… 이재용의 '뉴삼성' 초석

입력 2021-11-29 15:40 수정 2021-11-29 17:3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연공서열 타파하고, 절대평가로 임직원 협력 도모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미래지향 인사제도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 비전을 밝힌 뒤 발표되는 것인 만큼 그 방향성에 많은 관심이 쏠려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월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라며 ‘뉴삼성’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최근 미국 출장 중에 이 부회장은 ‘초격차’를 넘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공언했다.

젊은 인재를 중용하고, 임직원 간 수평적인 문화를 통해 열린 삼성을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각오가 이번 인사 제도에 투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재제일' 철학 이재용, '뉴삼성' 향한 미래지향적 인사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인재제일’ 경영 철학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성공에 자만하지 않으면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창의와 도전의 ‘뉴삼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2016년 당시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인사 제도 개편을 주도했다.

당시 인사제도 개편에서 삼성전자는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하고, 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5년 전 개편안이 형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개편은 승진과 성과 보상 등 실질적인 평가와 직결된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MZ(밀레니얼+Z) 세대 직원들 중심으로 사내외 문화가 급변하면서 나이나 입사연도에 바탕을 둔 연공 서열을 타파하고, 임직원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판단이다.

이재용식 ‘미래지향 인사제도’는 준비 과정부터 수평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다. 우선 인사제도 개편안부터가 임직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준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 및 계층별 의견청취 등을 통해 인사제도 혁신 방향을 마련했으며, 최종적으로 노사협의회·노동조합 및 각 조직의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세부 운영방안을 수립했다”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식'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지향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 (연합뉴스)

새 인사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에 있다.

우선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과 승격포인트가 폐지됨으로써 30대 임원, 40대 CEO가 탄생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기존 CL2(이전 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격할 수 있었지만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에 따르면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할 경우 몇 년 만에도 승격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회사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하는 한편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해 직원들이 서로의 직급을 전혀 알지 못하게 했다. 일하는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를 없애는 과감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공유 오피스’와 ‘자율 근무존’ 등 언제 어디서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구축한 것도 실리콘밸리식의 자유로운 업무환경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임직원간 경쟁보다 협력… FA제도 등 직원 커리어 돕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제도에서 직원들끼리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기존 인사제도는 평가등급별로 정해진 비율이 있어 정해진 상위 고과를 획득하기 위해 부서 내내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선 평가방식을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우수한 인재임에도 성과에 부합하는 평가를 받지 못했던 부작용을 줄이고, 임직원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의 또 다른 목표는 임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우선 부서장이 업무목표 진척도를 수시로 체크하고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바로바로 코칭해주는 ‘수시 피드백’ 제도를 실시한다.

또 사내 FA 제도를 통해 임직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본인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내외 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를 실시해 차세대 글로벌 리더도 양성한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을 내세운 이후 그에 걸맞는 혁신적인 인사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변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혁신은 다른 기업들에도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기 때문에 국내 다른 기업, 나아가 전체 한국 기업들의 ‘일하는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일교차 큰 봄날, 심혈관질환 주의보 [e건강~쏙]
  • 뉴욕증시, 美 GDP 호조·금리 인하 기대에 상승…다우·S&P500 사상 최고
  • ‘경영권 분쟁’ 한미사이언스 주총 표 대결, 임종윤·종훈 완승
  • 벚꽃 없는 벚꽃 축제…“꽃놀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슈크래커]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3.29 09:08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0,810,000
    • +0.84%
    • 이더리움
    • 5,070,000
    • +0.54%
    • 비트코인 캐시
    • 809,500
    • +3.45%
    • 리플
    • 889
    • +0.68%
    • 솔라나
    • 269,000
    • +0.37%
    • 에이다
    • 924
    • -0.86%
    • 이오스
    • 1,558
    • +1.9%
    • 트론
    • 171
    • -0.58%
    • 스텔라루멘
    • 196
    • +1.03%
    • 비트코인에스브이
    • 131,300
    • -1.13%
    • 체인링크
    • 27,240
    • -1.77%
    • 샌드박스
    • 990
    • +0.5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