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정성준 작가 "무채색 그림, 오염된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 담았죠"

입력 2021-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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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까지 성수동 '아뜰리에 아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아뜰리에 아키에서 만난 정성준 작가.  (사진=김소희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아뜰리에 아키에서 만난 정성준 작가. (사진=김소희 기자)
2009년 1월 학업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찾은 정성준 작가는 안개가 자욱한 시내를 마주하며 감탄했다.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안개가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안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제야 정성준 작가는 짙은 안개가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미세먼지였던 거죠."

정성준 작가의 대표작인 'Their beautiful journey'(2021)는 작가의 첫 중국의 기억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작품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코끼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코끼리들의 뒤엔 공장의 굴뚝이 보인다. 안개가 아닌 매연 사이를 걷고 있는 코끼리들의 모습인 셈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에서 만난 정성준 작가는 "미세먼지가 항상 껴있는 중국은 온 세상이 회색처럼 느껴졌다"며 "제 그림이 회색이 된 이유"라고 했다.

아뜰리에 아키는 올해 마지막 기획전으로 12월 11일까지 정성준, 왕지아노 2인전을 개최한다. 두 작가 모두 80년대생으로 상하이 아트페어, 아트 베이징, 키아프(KIAF) 서울 등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은 젊은 작가다.

정성준은 한국에서 학부까지 마친 후 중국으로 간 한국인 작가다. 작가는 러시아 국립 샹트페테르부르크 미술대학(Saint Petersburg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으며, 중국의 중앙미술대학(Central Academy of Fine Arts)에서 첫 외국인 수석 졸업자로 석사학위를 마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인 프랑스 루이비통 재단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작품을 수집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활동 배경은 중국 베이징이다. 지독한 안개를 경험한 이후 정성준은 작업 초기부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 아래 자신만의 예술적 시각을 담아낸 작업을 지속해왔다.

당나귀와 작은 원숭이, 북극곰과 남극의 펭귄 등 동물들이 주로 등장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자연을 잃고 싶지 않은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정성준 작가가 오염된 세상을 상징하는 회색빛 배경에 걸린 아베와 트럼프 현상수배 포스터를 가리키고 있다. 색색의 동물들이 도로를 청소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사진=김소희 기자)
▲정성준 작가가 오염된 세상을 상징하는 회색빛 배경에 걸린 아베와 트럼프 현상수배 포스터를 가리키고 있다. 색색의 동물들이 도로를 청소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사진=김소희 기자)

"제 그림엔 트램도 많이 등장해요. 동물들이 인간과 공존하며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찾아가기 위해 이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거죠. 그러면서 동물들이 인간들의 세상을 쓸고 닦으며 쓰레기를 치워줍니다. 일본의 아베나 미국의 트럼프 등 기후를 망친 주범도 있지만, 동물 덕분에 인간 세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도 제 그림에 담겼답니다."

색상이 다양한 동물 캐릭터와 이와 대비되는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무채색으로 묘사된 풍경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작가의 화면 속 정제된 미감은 관객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개개인의 내면 속 숨겨진 이상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노력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면 제 그림에도 컬러의 영역이 조금씩 확장될 거예요. 인간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더 노력해야만 해요. 자연이 완전히 치유되면 제 그림도 회색 없이 모두 컬러풀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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