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저커버그, 메타버스 세계도 오염시킬 것인가

입력 2021-1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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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 ‘메타버스’에 올인하겠다며 아예 사명도 ‘메타’로 바꿨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 세계를 선점해 지배하겠다는 야심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흥분에 찬 발표를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메타로 바뀐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는 물론 메타버스 세계도 오염시키겠구나’라는 걱정이다.

저커버그는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페이스북의 온갖 잘못된 행태가 알려져 언론과 정치권, 대중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는 시점에 21세기 꿈같은 미래가 펼쳐질 메타버스 비전을 발표했다. 이런 시점 하나만으로도 저커버그의 의도에 의심이 가는 판국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껏 지적됐던 페이스북과 소셜미디어 전반의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도 않았는데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의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내부고발자가 폭로한 페이스북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페이스북은 자사 서비스가 인신매매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할 뻔했다. 베트남 공산당의 반정부 인사 검열 요구를 수용했으며, 인도에서 허위정보와 증오 콘텐츠를 방관해 폭력사태를 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 미국 의회의사당 난동 사태에도 책임이 제기됐다.

개인정보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영국 정치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즈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 데이터를 수집해 불법 정치 광고에 악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인 올해 4월에는 페이스북 이용자 5억 명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스마트폰과 PC 등 기존 인터넷 플랫폼보다 몰입도가 월등히 높고 취급하는 개인정보도 압도적으로 많은 메타버스의 세계로 넘어간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악몽이 될 위험이 있다.

호주 시드니대의 마커스 카터 교수는 “VR와 AR 같은 메타버스 기술은 향후 10년간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디지털 센서가 될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VR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데 이런 VR 데이터는 지문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식별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저커버그는 미래 메타버스 세계가 안전하고 사생활을 지킬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협력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말은 다르다. 미국 인터넷 시민단체인 엑세스나우는 페이스북이 레이밴과 협업해 개발한 스마트 안경을 놓고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 조언했지만, 페이스북 측이 이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액세스나우는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할 때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안경 테두리의 작은 흰색 빛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런 우려를 무시했다.

메타버스 세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저커버그가 지금처럼 페이스북에 제기됐던 수많은 문제를 여전히 말로만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니 앞으로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

더 우려되는 것은 메타버스가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자체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결국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중단했다. 소셜미디어보다 몰입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메타버스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언론들이 최근 앞다퉈 폭로한 페이스북의 문제점이 그대로 메타버스로 옮겨간다고 생각해 보라.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저커버스(Zuckervese, 저커버그+메타버스)’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역사상 가장 큰 인터넷 혁명이 될 메타버스를 소셜미디어 세계처럼 잘못 굴러가게 놔둘 것인가.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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