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병원 좀 지어주세요”…‘갯마을 차차차’로 보는 지역 의료 격차

입력 2021-10-15 15:43 수정 2021-10-15 15:43

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 tvN 토일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8개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tvN)
▲ tvN 토일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8개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tvN)

“내가 너 이 바닥에 다신 발도 못 붙이게 할 거야!” 원장 의사의 경고는 진짜였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치과의사 혜진(신민아 분)은 과잉 치료를 권하는 원장에게 대들었다가 갈 곳이 없어진다. 개원할 돈도 없고, 페이닥터로 받아주는 병원도 없는 상황. 혜진은 심란한 마음에 바다 마을 공진을 찾았다가 그곳에 개원하기로 결심한다. tvN힐링 로맨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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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공진은 차를 타고 30분이나 가야 치과가 있고, 산부인과도 하나 없는 시골이다. 건물주 화정(이봉련 분)이 공진에 치과가 생기길 늘 바랐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혜진에게 세를 내줄 정도다. 작품의 주 서사는 혜진과 홍반장(김선호 분)의 로맨스이지만, 지방의 의료 공백을 보여주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혜진의 치대 동기들은 공진에 개원한 혜진을 은근히 무시하고, 강남에 개원한 친구는 세금을 많이 낸다며 얄밉게 자랑한다. 가장 상징적인 건 출산 장면이다. 태풍으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씨 속에 임산부 윤경(김주연 분)은 양수가 터지고 만다. 한데 거센 날씨로 도로가 모두 끊겨 병원으로 갈 수 없게 되고, 결국 윤경은 혜진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아이를 낳는다.

▲둘째를 임신한 윤경(김주연 분)은 배가 불러 거동이 힘든 와중에도 첫째 보라를 돌보고, 슈퍼까지 운영하며 워킹맘의 고충을 보여준다.  (사진제공=tvN)
▲둘째를 임신한 윤경(김주연 분)은 배가 불러 거동이 힘든 와중에도 첫째 보라를 돌보고, 슈퍼까지 운영하며 워킹맘의 고충을 보여준다. (사진제공=tvN)

드라마처럼 농어촌 지역에는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중 분만실이 없는 지자체는 올해 8월 기준 54곳에 달한다.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지자체도 7곳이나 된다. ‘갯마을 차차차’의 주요 촬영지인 울산 북구도 산부인과는 있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실이 없다. 이는 결국 출산율을 더 낮아지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급할 때 환자들이 찾는 응급실 역시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크다. 서울과 제주, 강원 지역의 응급의료시설 평균 접근 거리는 10배가 넘게 차이 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응급의료시설 평균 접근 거리는 2.94㎞인 반면, 제주는 22.29㎞ 강원도는 22.32㎞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역시 20.25㎞로 서울과 10배 가까이 차이난다. 응급실과의 거리는 결국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큰 의료 사각지대를 만든다.

▲혜진은 갈 곳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찾았던 공진에서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윤치과를 개원한다. 
 (사진제공=tvN)
▲혜진은 갈 곳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찾았던 공진에서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윤치과를 개원한다. (사진제공=tvN)

의료 인력 부족도 문제다. 의사, 간호사 모두 부족한데 특히 지방에 전문의 부족현상이 두드러진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 절반 이상이 주요 진료과 전문의를 필요만큼 두지 못했다. 24개 센터 중 13곳이 흉부외과·산부인과 등 주요 진료과 전문의가 5명도 채 안된다.

이러한 의료 격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그나마 없는 병상과 자원을 감염병 대응에 투입하면서 더욱 커졌는데, 근본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한국은 기본적으로 민간 의료 의존도가 높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낮은 수가로 운영이 어려운 필수과는 지방에 있는 민간 병원이 품기 어렵다. OECD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부족한 의사 숫자도 문제인데, 그 의사들은 인프라가 풍부한 서울에 몰린다.

▲서울 깍쟁이라 불리며 공진에 적응하지 못했던 혜진은 점차 따뜻한 마을 사람들 속에 녹아든다. 
 (사진제공=tvN)
▲서울 깍쟁이라 불리며 공진에 적응하지 못했던 혜진은 점차 따뜻한 마을 사람들 속에 녹아든다. (사진제공=tvN)

정부는 2018년부터 지역 거점 공공 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나섰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년 전 정부가 전국을 70개 지역으로 나눠 역량 있는 병원이 없는 지역에 공공병원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새롭게 들어서는 병원은 서부산의료원, 대전의료원, 진주권 공공병원 등 3곳뿐이다.

여기 더해, 지난해 7월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현장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의료계는 현행 수가 체계를 개선하지 않은 채 의사 배출만 늘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고있다. 결국 재원을 마련해 지역 거점 공공병원을 더 짓고, 많은 의료 인력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방법 밖에 없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갯마을 차차차’는 결말까지 2화를 앞두고 있다. 두식과 혜진의 사랑을 가로막는 홍 반장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혜진이 서울의 임상 교수 자리를 제안 받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그가 사랑을 뒤로 하고 공진을 떠날 지 공진에 남아 사랑을 이룰 지 주목되는데, 물론 혜진은 로맨스 드라마 주인공 다운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니, 확실한 지원을 마련해 젊고 능력있는 의사를 지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림 같은 외모에 다정함까지 겸비한 홍 반장을 마을마다 도입(?)하는 것보다야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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