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언제까지 가난이 스펙?"…고생담 경쟁하는 대선후보들

입력 2021-10-12 15:10 수정 2021-10-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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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윤석열에 "가난해 본 경험 있나"
대선주자들 때아닌 '가난' 논쟁
여야 막론…여전히 먹히는 '고생담' 서사
"가난한 '과거' 보다는 현재의 '정책' 중요"

▲이재명 후보의 어린 시절 과거 사진(왼쪽)과 윤석열 후보의 어린 시절 사진. (이경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후보의 어린 시절 과거 사진(왼쪽)과 윤석열 후보의 어린 시절 사진. (이경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경쟁이 무르익은 대선판에 때아닌 '가난' 논쟁이 떠올랐다. 교수 아버지 슬하에서 비교적 평탄한 어린 시절을 보낸 윤석열 후보를 향해 공격이 쏟아지면서다.

발단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이 지사의 어린 시절과 윤석열 후보의 어린 시절 옷차림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이재명 캠프 이경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어린 시절 사진을 나란히 붙인 사진과 함께 "이재명의 옷과 윤석열의 옷. 사진을 보며 생각은 각자의 그릇만큼"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공개된 흑백 사진 속의 이 지사는 남루해 보이는 큰 옷을 반면, 컬러 사진 속 어린 시절 윤 후보는 깔끔한 흰색 셔츠에 붉은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갔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이른바 '흙수저' 과거를 치켜세웠지만, 윤 후보 지지자들은 "가난은 대통령의 필수요건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이를 두고 "가난을 스펙으로 활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난을 딛고 성공한 삶이 인생의 위대한 스토리가 될 수는 있겠으나 변호사로,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대한민국 상위 0.1%의 삶을 살고 있는 이재명 지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난을 '스펙', '패션'으로 활용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취약계층을 욕보이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원희룡, 합동 토론회서 윤석열에 '가난 공세'

▲국민의힘 원희룡(왼쪽부터),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앞두고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원희룡(왼쪽부터),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앞두고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일단락되나 싶던 논쟁에 또다시 불을 붙인 건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였다. 그는 11일 광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첫 토론회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면 가난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다"며 "저는 처절하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기가 들어왔다"고 운을 띄운 뒤, 윤 후보에게 "혹시 평생 살면서 스스로 가난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아버지가 교직에 계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처럼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 살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 전 지사가 "혹시 가난한 이들과 생계를 같이 한 적이 있냐"고 묻자 윤 후보는 "고시 공부할 때, 학교 다닐 때 (가난한 친구들과) 생계를 같이 했다. 정말 가난한 친구와 생라면을…"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아울러 "저희가 자랄 땐 나라가 어려워서 주변에 가난이라는 게 일상화돼 있었다. 늘 보고 느끼고 자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 발언 순서였던 유승민 후보는 "정치 지도자가 자기가 꼭 가난해야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원 후보를 넌지시 비판했다.

여야 막론…'힘들었던 과거'는 정치인의 단골 서사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 주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야기나 자신의 고생담을 내세운다. 이는 역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온 가족이 피난 와서 가난했던 사연을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과 샐러리맨 신화를 강조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부모님이 흉탄에 맞아 돌아가신 시절 힘들었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경선이 어차피 이재명 후보를 이길 사람에게 표를 주는 상황이라 TV토론 같은 요인들이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전히 어린시절 고생담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각종 논란에 따른 불안감, 홍준표 후보에 대한 불신감, 유승민 후보의 인지도 부족 등이 맞물리다 보니, 이재명 후보와 비교해 유권자의 공감과 감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승산 있는 사람에게 표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은 지금의 가난 논쟁에 "부(富)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한 단면"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부자들이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깨끗하게 부를 축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보니 부자가 쉽게 질시와 적개심의 대상이 된다. 만약 부자가 우리나라에서 존경을 받는다면 (정치인들이) 내가 더 가난했다고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정치인들이 가난 경쟁을 하기 전에 현재 빈부 격차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우리 사회의 부자들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들을 좀 자문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들이 가난하게 컸던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어떤 스탠스를 갖고 있느냐. 어떤 공약을 내고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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