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휘청이자 ELS 투자자도 ‘불안’

입력 2021-09-15 16:09 수정 2021-09-15 18:18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이모 씨(33)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기초자산 주가가 기준가보다 50% 넘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이 생기니 원금을 손해 볼 확률이 제로나 마찬가지라는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에 덜컥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 3년 만기 시 20%대의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겠다는 이 씨의 기대는 플랫폼 규제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면서 물거품이 될 처지다. 기초 종목 주가가 기준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어서다. 만기까지 기준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네이버, 카카오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주식형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 카카오가 플랫폼 규제에 한 발 뺀 모습을 보였지만, 두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금 손실 구간(녹인·Knock-in)까지 닿을 가능성은 작지만, 공매도 거래도 늘고 있어 수급 부담도 큰 상황이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올해 기초자산 2개로 이뤄진 국내 주식형 공모·사모 ELS의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네이버-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둔 ELS 발행 규모가 가장 컸다. 총 14건, 437억5100만 원이 발행됐다.

이어 네이버, 카카오가 포함된 ELS로는 네이버-삼성전자(23건·201억9600만 원), 네이버-현대자동차(5건·89억9600만 원), 삼성전자-카카오(10건·27억19960만 원)순으로 발행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초자산이 1개이거나 3개 이상인 ELS 상품에 네이버, 카카오는 없었다. 지수, 종목을 묶어 기초자산으로 두는 혼합형 ELS에서는 네이버-코스피200 지수 기반 상품이 8건, 175억8770만 원이 발행됐다.

올해 상반기 판매사, 운용사는 주가 변동성이 크고, 급락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찾아 연 수익률 7∼10%대 상품을 대거 내놓은 바 있다.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률이 높고, 급락할 가능성이 작아야 투자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는 플랫폼 가치를 인정받아 두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로 네이버,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자 관련 ELS 상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15일 종가 12만2500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6월 24일 최고가(17만3000원) 대비 29.1% 떨어진 상태다. 네이버 역시 40만500원으로, 최고가(7월 26일·46만5000원) 대비 13.8% 하락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실장은 “현재 두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도 가입자들의 평균 단가는 지금보다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고점 대비 40~50% 정도 떨어져야 손실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평가한다. 올해 상반기 두 기업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예상만큼 손실 가능성은 작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기업에 공매도 거래가 늘어난 점은 투자심리 위축 요소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카카오 공매도 거래대금은 1759억 원으로 올해 최대치를 나타냈다. 다음날 카카오는 상장 후 처음으로 공매도 과열 종목에 지정돼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15일에도 카카오 공매도 거래대금은 276억 원에 달한다. 네이버 공매도 대금은 전날 256억 원에서 이날 58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투매가 거세지자 공매도 세력이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8건의 플랫폼 규제 법안이 발의된 점도 주목한다. 당분간 규제 리스크가 지속해 플랫폼 기업을 압박할 수 있어서다. 이에 공매도 공세가 거세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융당국은 금융혁신을 내세워 핀테크 기업에 ‘예외’를 적용하곤 했다. 이번엔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론적인 원칙을 거론하며 카카오페이의 금융중개서비스의 종료를 요구해 엄격한 원칙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카카오에 불리한 규제 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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