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 vs 프랑스 0.75%, 40兆 기안기금 ‘그림의 떡’…고금리 문턱서 좌절

입력 2021-08-12 05:00 수정 2021-08-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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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정 반영하지 못해 수요예측 실패…대출금리ㆍ지원 요건 재고 요구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마련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 ‘탁상행정’으로 전락했다. 엄격한 지원 자격과 높은 금리의 조건 등으로 기업들의 처지를 읽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한계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항공, 조선, 중공업 등 기간 산업군이 높은 금리를 감당하면서 이익배당 금지, 고용 유지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기안기금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간산업이 파산하는 경우 대규모 실업의 발생으로 인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는 만큼 대출금리와 지원 요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투데이가 1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 결산 정무위원회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안기금이 기간산업 안정이라는 기금 설치 취지와 기업 수요를 고려해 총차입금·근로자수 기준 등의 지원 요건 및 대출이자율 수준을 재검토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안기금채권의 원리금 상환에 대해 국가가 보증하고 있으므로 향후 재정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원 조건이 여타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지원조건이나 시중금리와 차별성이 없는 별도의 기안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안기금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부진에 빠진 기간산업의 안정을 위해 조성됐다. 자금지원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지원 대상은 총차입금 5000억 원 이상의 국민경제 영향이 큰 기업,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의 고용안정 영향이 큰 기업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안기금이 제공하는 대출이자율이 조달금리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기안기금채권 잔액은 5900억 원, 가중평균 금리는 0.97%(0.72~1.45% 범위에서 발행)다. 하지만 기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에 대한 대출이자율은 각각 7.6%, 2.98%로 조달금리에 비해 대출이자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미국·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선 자국 항공사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면서 보다 낮은 금리로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에 리보(LIBOR)+2~4% 수준의 금리로 지원해주고 있으며, 프랑스는 에어 프랑스에 EU리보에 더해 첫해 금리 연 0.75%, 2년 차 1.5%, 3년 차 2.75%의 낮은 금리를 지원하고 있다.

기안기금의 높은 금리는 KDB산업은행이 ‘시중금리+α’로 이자율을 결정한다. 시중금리는 자본시장에서 조달가능한 객관적 수준의 금리를 산출하기 위해 민간 채권평가사의 회사채 평균수익률을 활용한다. 이에 따라 산은은 신용등급이 BBB-인 경우 민평사 고시 무보증 공모회사채 평균금리가 7.555%로, 아시아나항공(신용등급 BBB-)의 대출 이자율은 7.6%로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금리가 기간산업 안정이라는 기안기금의 지원 목표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이나 시중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한 기업은 고용유지노력을 준수하며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을 실익이 적다”며 “시중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이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고자 한다면,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하면서 고용유지 부담도 안고 가야하는데 기금의 지원목표를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사정을 읽지 못한 정책 실패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기안기금의 총 공급실적은 5875억 원으로 당초 지원 예상규모인 40조 원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총차입금 5000억 원 이상, 근로자수 300인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자금신청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기업들의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 수요예측 부문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다수의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5000억 원 총차입금 기준에 미달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해운업의 경우 선사가 자회사나 선박관리회사를 통해 선원을 고용하고 있어 정규근로자만으로는 300명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규모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기업들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조건을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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