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메타버스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입력 2021-08-09 15:30 수정 2021-08-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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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자본시장부 차장

최근 증시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단연 ‘메타버스’를 들 수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슈에 맥을 못추던 국내 증시가 메타버스 덕에 돌아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메타버스란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크래시’에서 등장한 단어다.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를 합성한 단어인데 30년이 지난 현재는 3차원 가상세계에서 현실 세계와 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개발자 회의에서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최신 트랜드로 재조명받았다.

초기에는 IT업계에 국한된 열풍 정도로 치부됐지만 재계는 물론이고 광고, 엔터테인먼트, 교육업계에 정부부처까지 발을 담그며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사내 연수 과정 수료식을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치르고 있고 여러 기업들도 앞다퉈 메타버스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증시는 이미 달아 올랐다. 지난 달 증시에 상장한 AR 플랫폼 기업 맥스트는 최종 청약 경쟁률 6752.72대1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상장 이후에도 ‘따상상상’을 달성했다. 신규 상장 종목이 상장 직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오른 건 국내 증시 사상 세 번째다. 지난 3월에 상장한 자이언트스텝도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메타버스 기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한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주식은 메타버스 대표 기업인 로블록스(8153만 달러)였다. 올 상반기 내내 순매수 1위 자리를 지키던 테슬라를 처음으로 밀어냈다.

자산운용업계도 메타버스 열풍에 탑승하고 있다.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6월 메타버스 관련 펀드를 출시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한달 사이에만 이들 펀드에 약 600억 원이 몰렸다. 말 그대로 열풍이다.

하지만 이처럼 메타버스 열풍에 편승한 투자자나 기업들 중 메타버스를 자세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한쪽에서는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바꿀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그래서 그게 뭔데?’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실체없는 허구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같던 펀드 상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테마형 ETF나 펀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량 회사들을 모아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할 실적을 내놓은 회사가 없으니 투자 상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만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AI, 블록체인 등이 광풍처럼 불었지만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도, 대세를 바꾸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관련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 뻥튀기용 재료로만 소진되고 수개월 뒤 관련 기술을 슬그머니 접거나 빠져나온 사례도 적잖았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메타버스라고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은 없다. 메타버스 산업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너도 하니까 나도 한다’, ‘돈이 된다더라’는 식의 접근은 또 다른 테마와 다를 바 없다. 진짜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신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정부나 업계는 중장기적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회의 땅이 될지, 또 하나의 테마로 사그라질지는 지금부터 하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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