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청와대와 산업은행이 답할 차례

입력 2021-06-30 17:00 수정 2021-07-01 13:43

2009년 8월,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위로 경찰 헬기 한 대가 낮게 날아들었습니다.

헬기는 공장 지붕 위를 지키던 근로자들 머리 위에 서서히 멈췄지요. 그리고 이들 머리 위에 노란색 액체(최루액)를 사정없이 퍼부었습니다.

두 달 넘게 공장을 걸어 잠근 해고 근로자들은 이때까지 “함께 살자”를 외쳤습니다. 공장 밖에 머물던 근로자들 역시 이들과 한목소리를 내며 경찰과 맞섰습니다. 당시 그곳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2018년 경찰청 진상조사위는 당시 쌍용차 강제진압과 관련해 “위법한 과잉진압과 독직폭행이 있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MB 청와대가 쌍용차 노조 강경 진압을 직접 결정했다”라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지휘했던 장본인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었습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 경찰청장에 올랐지요. 진압을 주도했던 경기 남부지청 간부들 역시 이듬해부터 속속 좋은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그렇게 잘 나갔던 경찰청장은 퇴임 이후 갖가지 구설에 올랐습니다. 지난달에는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는데요. 청장 취임을 앞둔 시점에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지요. 바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입니다.

그렇게 십수 년이 지났고, 쌍용차는 다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거화에서 동아로, 다시 쌍용차로 이름이 바뀔 때마다 이들은 흥망을 반복 중입니다.

쌍용그룹 시절에는 “(쌍용)양회에서 돈 벌어다 (쌍용)차에다 퍼준다”라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이 회사가 어려움을 반복할 때마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2009년 중국 회사의 ‘먹튀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정부는 입을 닫았습니다. 중국과 ‘외교분쟁’을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산업은행은 채권 회수에 급급했고, 경영진도 책임 회피에 바빴습니다. 결국, 그 무거운 책임은 고스란히 쌍용차 노동자가 떠안게 된 것이지요.

최근 경영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쌍용차 근로자의 월급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생산직 근로자는 앞으로 2년 동안 '한 달 일하면 한 달은 쉬어야 할' 판국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함께 살자”는 목소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뼈 아팠던 2009년 옥쇄파업이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근로자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사이, 그동안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라며 압박했던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철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한국지엠(GM)에 8000억 원을 지원했던 산업은행도 유독 쌍용차에는 인색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쌍용차 회생에 대한 의견도 엇갈립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함께 “왜 세금을 들여 외국계 회사를 살려야 하느냐”라는 반문도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우리 자동차 산업사(史)에서 누구도 해내지 못한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쌍용차 노동자들은 11년간 무분규를 통해 노사화합을 이끌었습니다. 해고자 복직을 통한 사회적 약속과 갈등 해소도 이뤄냈습니다. 인력구조조정 대신 고용을 유지하며 비용은 줄일 수 있는 재무적 방안도 노사가 함께 마련했습니다.

기업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는 재무제표에 나오는 숫자 몇 가지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제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며 압박했던 청와대는 물론, 명분이 모자람에도 한국지엠에 8000억 원이나 지원했던 산업은행이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산업부 차장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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