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린이에겐 숙면이 필요하다

입력 2021-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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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홍길동 코인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최근 우리 학생들 사이에선 이름을 붙여서 코인 그래프를 그리는 게 유행이에요. 김○○ 코인은 위로, 이○○ 코인은 아래로, 박○○ 코인은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이달 초 고등학교 선생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이름을 붙인 코인 차트 그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

바야흐로 코인의 시대다. 이미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일상 속에서 커피값을 결제하고, 쓸모가 없던 포인트를 합쳐 현금으로 만들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페이코인’이다. 지난달 기준 앱 이용자 수는 150만 명을 돌파했다. 편의점부터 외식 업체, 영화관과 서점까지 7만여 개의 가맹점에서 페이코인 결제가 지원된다.

‘밀크’는 소멸 기한이 얼마 남지 않거나, 금액이 적어 사용하기 쉽지 않은 자투리 포인트를 한데 모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야놀자와 신세계인터넷면세점의 포인트를 밀크 앱에서 밀크 코인으로 교환 또는 통합하거나, 반대로 밀크 코인을 활용해 각 파트너사의 포인트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밀크 코인과 포인트 간 교환 금액 및 체결 건수는 전년 2분기 대비 각각 56배, 84배 성장했으며, 작년 4분기와 비교 시에는 2배와 3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도 상당하다.

지난달 말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4%는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30대가 49.8%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37.1%에 달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일명 ‘코린이(코인+어린이 합성어)’였다.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지 1~6개월 미만인 이들이 43.1%, 1개월 미만은 23.8%, 6개월~1년 미만은 10.7%를 기록해, 10명 중 약 8명이 가상화폐 광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를 원하는 이유는 ‘소액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52.5%, 복수응답)가 첫 번째였고, ‘월급만으로는 목돈 마련이 어려워서’(49.5%)가 바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5%는 손실을 기록했고, 1인당 평균 손실액은 412만 원에 달했다.

심지어 20일엔 “종잣돈 3억 원을 39억 원으로 불렸다가 다시 4억 원이 됐다”라는 A 씨의 소식이 유튜브를 통해 소개됐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19일에 벌어진 일이다.

20대, 30대 사이에서의 코인 투자 광풍은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겼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단숨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 하지만 코인 투자는 결코 희망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올해 1~3월 비트코인과 주식투자 중독 관련 상담이 136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었다고 밝혔다. 특히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코인 투자에 빠질 경우, 일상생활은 사실상 쉽지 않다.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코인 세상이다. 투자자 보호에 방관만 하고 있다며 정부 탓만 하는 것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코인 투자에 빠져 24시간 시세 중독자가 되어선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코인 시세를 보는 대신 공부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일(노동)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꼰대식 발상이라고 비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 틀리지 않는다. 다만 자본시장에선 버는 이보다 잃는 이가 항상 많으며, 하우스(거래소)만 돈을 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이 극심한 코인 시장에서 코린이가 이길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가즈아’ 대신 ‘존버’를 외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다시 말해 손실을 키우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제라도 코인 시세에서 눈을 떼야 한다. 코린이에겐 숙면이 필요하다. 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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