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100일] 국제 사회 무력함 속 피로 물든 거리…시민방위군 창설에 충돌 본격화 전망

입력 2021-05-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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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774명 시민 사망…미성년자 약 50명 숨져

▲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4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벌이며 저항의 표시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연합뉴스
▲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4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벌이며 저항의 표시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지 11일 자로 100일이 된다.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미얀마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정도로 잔혹하고도 무자비한 유혈탄압이 벌어졌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7일 기준 774명의 미얀마 시민들이 총격 등 군경의 폭력 진압에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아이들도 약 5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의 숫자는 49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미얀마 군사정권 하에서의 100일간의 기록들을 이투데이가 월별로 정리해봤다.

◇ 2월 쿠데타 발발…시민 항쟁 본격화 = 미얀마 군부는 1일 지난해 11월 총선이 선거 부정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입법·사법·행정 등 전권을 장악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및 윈 민 대통령 등 문민정부의 고위 인사들을 구금했다. 그리고 1년간의 바상사태를 선포, 이 기간이 끝난 뒤 새로운 총선을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곧바로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는 한편, 군사정부에서 일할 11개 부처 장관을 새롭게 지명했다. 집권당이었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소속 의원들 수백 명을 수도 네피도의 한 정부 청사 단지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곧바로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항쟁 움직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쿠데타 발발 이틀만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한밤 중에 냄비 등을 두드리거나 자동차 경적을 울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소음 시위’가 시작됐다. 현지에서 이 같은 행위는 악마를 쫓아내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머잖아 거리 시위로 이어졌고, 전국적인 거리 시위로 번졌다. 특히 2월 22일에 열린 ‘22222 총파업 시위’에서는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했고, 은행원·교사·철도 근로자·병원 의료진 등 각계각층의 구성원이 다 함께 출근 거부에 나서는 시민불복종 운동(CDM)은 군정에 큰 타격을 줬다.

군사정부는 인터넷 차단, 일부 지역에 대한 계엄령 선포 등에도 좀처럼 시위가 잠잠해지지 않자 점차 폭력의 수위를 높여갔다. 고무탄과 물대포를 동원한 데 이어 결국에는 평화 시위대에 실탄까지 쏘는 잔혹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19일에는 쿠데타 발생 이후 시위 참가자 중에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 있던 20대 시위 참가자는 경찰이 쏜 실탄을 머리에 맞고 중태에 빠졌다가 19일 끝내 숨졌다.

▲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카마유트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카마유트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타이어를 태우고 있다. 양곤/AP뉴시스
▲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카마유트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카마유트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타이어를 태우고 있다. 양곤/AP뉴시스
◇ 3월 군경 최악의 유혈 진압 계속…소수민족 무장반군의 반격 = 3월에는 미얀마 군경의 폭력성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루 만에 수십 명의 시위대가 사망하는 등 미얀마 거리는 연일 피로 물들었다. 3월 27일 ‘미얀마군의 날’에는 최소 114명의 시민이 군경의 무자비한 총격에 쓰러졌다.

특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것은 이 과정에서 어린이 희생자들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한 살 짜리 아기가 군경이 쏜 고무탄에 눈을 다치거나, 5살·7살·10살·13살짜리 어린이들이 무차별적 총격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사이에 군경에 대한 반격도 시작됐다. 민주 진영과 연대하고 있는 일부 소수 민족 반군이 정부군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미얀마군 부대를 잇달아 공격하면서 공세를 강화했고, 양측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 무력화된 아세안 합의…시민방위군 창설 공식화 = 4월에는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24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가 참석한 가운데 10개 회원국 정상들은 △ 미얀마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 및 모든 당사자의 자제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 및 사무총장의 특사로서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특사 및 대표단의 현지 방문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문 내용에는 국제사회가 요구했던 핵심 사항 중 하나인 ‘정치범 석방’도 포함됐었지만,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 중단 합의에도 군경의 유혈진압은 계속됐다. 군사 정권은 “상황이 안정된 이후에 건설적 제안을 주의 깊게 고려하겠다. 이러한 제안이 군정이 내건 로드맵을 촉진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자신들의 상황과 편의에 따라 합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문제에 있어 무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자 반군부 진영은 자체 무장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얀마 군부의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이달 초 ‘시민방위군’(People‘s Defence Force·PDF) 창설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시민방위군이 연방군 창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이 비폭력에서 무장 투쟁으로 노선을 전환하면서, 양측 간 무력 충돌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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