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다 주고 떠났다…"항상 행복하세요"

입력 2021-04-28 14:41 수정 2021-04-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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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전액 사회공헌단체에 기부…1970년 최연소 주교 서품 후 42년 활동

"정진석 추기경께선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서울대교구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28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지난 27일 선종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우리나라의 두 번째 추기경인 정 추기경은 27일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은 1970년 주교품을 받으며 사목 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을 숨을 거두는 날까지 지켰다.

허 신부는 "어제 선종 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양석우 교수 집도로 각막 기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정 추기경님은 오래전부터 노환으로 맞게 되는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다면서 2018년 9월27일 연명의료계획서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서명했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2006년 서명한 사후 각막 기증이 잘 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특별히 부탁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달 자신의 재산을 기증했다. 허 신부는 "3월 통장에 있는 잔액 모두를 명동 밥집 1000만 원, 아동신한교육 그리고 선교장학회에 5000만 원을 기증했다"며 "당신의 장례비를 남기겠다고 하셔서 모든 사제가 평생 일한 교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그것은 교구에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통장 잔액은 지난달 모두 소진됐고 현재 약 800만 원 정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신부는 "이 돈도 그동안 수고해 주신 의료진과 병원에서 수고해준 모든 분들에게 선물하라고 말씀을 남겼다"고 했다.

고인은 1931년 12월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발명가가 꿈이었던 고인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전쟁은 고인을 과학도에서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고(故) 정진석 추기경.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정 추기경은 생전 가톨릭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피난 과정에서 죽음을 간신히 피하면서 하느님이 나에게 사명을 주셨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추기경은 휴전 후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해 196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서울대교구 중림동 본당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서울 성신고 교사(1961∼1967),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1964∼1965), 성신고 부교장(1967∼1968)을 지냈다.

1968년에는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1970년 교황청 우르바노 대학원에서 교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 추기경은 만 39세 때인 1970년 청주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최연소 주교로 서품됐다.

그는 재단법인 청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청주가톨릭 학원 이사장(1970∼1998),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1978∼1984)·교회법위원회 위원장(1983∼2007)·총무(1987∼1993)를 지냈다. 1996년부터 3년간 주교회의 의장으로도 활동했다.

고인은 1998년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되며 대주교로 승품했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게 된 그는 2012년 서울대교구장에서 사임하기까지 14년간 교구를 대표했다.

고인은 2006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돼 2012년 은퇴 이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주교관에서 머물며 저술 활동에 매진했다.

정 추기경은 '교회법 전문가'로 손꼽힌다. 가톨릭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인 1983년 새 교회법전을 펴냈는데, 당시 청주교구장이던 정 추기경이 번역위원장을 맡아 동료 사제들과 한국어판 번역 작업에 나섰다. 1987년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본이 교황청 승인을 받아 처음 출간됐다.

정 추기경은 매년 한 권씩 책을 냈는데 총 저서는 51권, 역서는 14권을 펴냈다. '참신앙의 진리'와 '교회법 해설' 개정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고인의 장례는 교구 방침에 따라서 5일장으로 진행된다. 28일부터 30일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명동대성당에서 일반 신도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조문할 수 있다. 화환과 조의금은 받지 않는다.

입관은 오는 30일 오후 5시에 염수정 추기경 주관으로 이뤄진다. 장례미사는 다음 달 1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염 추기경의 집전으로 봉헌될 예정이다. 이후 고인은 장지인 경기 용인 성직자묘역에 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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