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합의서 ‘법개정’으로…경직된 금융권 노동이사제

입력 2021-04-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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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추천한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노조추천이사제’가 잇따라 불발되면서 국회 입법으로 제도를 못 박는 경직된 방식의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특성에 따라 유연한 적용으로 사측과 노조가 서로 ‘윈윈’ 하고자 했던 초기의 의도는 요원해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 절차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노조는 “대통령의 공약이자 자신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정당이라면 한국노총 노동자들로부터 그 어떤 지지도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금융노조가 이러한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는 최근 기업은행에서 추진한 노조추천이사제가 또다시 무산된 데 있다. 이번에는 윤종원 행장이 금융위원회에 노조가 추천한 이사 1명을 포함한 후보를 제청했으나 무산돼 더 뼈아팠다.

앞서 수출입은행 노조도 지난해 1월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당시 방문규 행장은 노조추천 인사 1명을 포함해 4명을 제청했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는 노조 추천 인사를 배제한 채 사외이사를 임명했다. 금융노조로선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노조추천이사’의 도입을 반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실패 사례는 사실상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에는 ‘자율적 합의’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주주총회를 넘어야 하는 민간 금융사와 다르게 훨씬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장과 노조가 합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최종 승인하는 정부가 반대하면 도입이 어려운 허점에 노출됐다.

국내에서의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는 서울시가 시도한 것이 시발점이다. 서울시는 2016년 조례를 제정해 서울시가 투자하거나 출연한 기관에 대해 이사회 의결로 노동이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독일에서 운영되는 시스템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입법을 통해 안착한 제도가 아니라서 제도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기업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만약 기은과 수은 노조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법률로 못 박지 않아도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는 선례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다”라는 말이 이 제도를 반대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실제로 윤 행장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직원들의 이해가 경영에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자율합의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노동이사제는 입법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여당은 지난해에도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선 입법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야당의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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