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개인정보위 '이루다' 증거 인멸 방지 요청 거부했다”

입력 2021-04-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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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이루다' (출처=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AI 챗봇 '이루다' (출처=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시민단체 측에서 챗봇 이루다 사태의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 일시 처리정지를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이 12일 나왔다.

참여연대ㆍ진보네트워크센터ㆍ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는 지난 2월 18일과 3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권리 침해 신고를 하는 동시에 개인정보 폐기를 일시 정지하도록 요청했다.

‘챗봇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이 자사의 또다른 서비스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년간 무단으로 수집ㆍ활용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스캐터랩이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처리 행위 중 폐기를 일시 정지하도록 하고, 제3호에 따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및 증거보전을 위해 피신고인이 데이터를 삭제하는 행위를 중지하도록 요청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3월 10일과 4월 2일 스캐터랩의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어야 시정조치를 할 수 있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 즉시 처리정지 등 시정조치를 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시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개인정보위의 이 같은 답변은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의 입법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더 나아가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행정청으로서 의무를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며 “이래서야 일반 국민이 권리 침해를 당했을 때 관리감독기관이 구제해 줄 것이란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에 따르면 개인정보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할 상당한 근거가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법을 위반한 자에게 개인정보 침해행위의 중지와 개인정보 처리의 일시적인 정지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스캐터랩이 증거를 인멸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권리침해를 할 상당한 근거가 존재한다면, 개인정보위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직권으로 일시적인 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개인정보위는 스캐터랩이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가 규정하는 ‘법을 위반한 자’라는 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법 제64조가 규정하는 ‘법을 위반한 자’를 지극히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정조치는 전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챗봇 이루다’ 사건의 경우 스캐터랩은 △개인정보 수집ㆍ이용에 대한 동의 규정을 위반(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의3 제1항 및 동법 제22조) △선택 동의 항목에 해당하는 ‘신규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 광고 활용’을 가입자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수집(동법 제39조의3 제3항) △연인과의 사적이고 은밀한 대화인 민감정보를 별도의 동의 없이 사용(동법 제23조 위반) △또 다른 서비스인 ‘연애의 과학’ 앱 가입 당시 개인정보 이용에 대해 명시적으로 안내하지 않았으며, 선택 동의로 받아야 할 신규서비스 이용에 관해서도 필수동의와 함께 포괄적으로 동의 받고 민감정보도 별도 처리하지 않은 채 신규 서비스 이루다의 학습데이터로 이용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동법 제59조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는 “스캐터랩이 ‘챗봇 이루다’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의 다수 조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할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사정이 이럼에도 개인정보위가 관련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조치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를 효력없는 조항으로 만드는 것이자, 개인정보위에 기대하는 국민의 개인정보보호 역할과 책임을 회피, 방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캐터랩은 이용자들의 정보를 신청에 한해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이용자들은 증거확보 등을 위해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법원은 이들이 주장한 대로 대화 내용 삭제 등을 통해 증거의 은폐 또는 폐기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증거보전신청을 받아들였다.

시민단체는 “개인정보위가 시정조치를 법조항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과 사실관계의 오인으로 회피하는 것은 결국, 스캐터랩의 증거인멸 등의 시도가 일어나도 법원의 증거보전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이 경우 손해배상소송을 전제로 한 증거보전신청을 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증거 인멸, 은폐 상황을 막을 도리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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