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전환기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어디로 가고 있나

입력 2021-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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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국민의힘 의원

제21대 국회는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됐다. 작년 9월 초에는 보름 사이 세 차례의 확진자 발생으로 국회가 폐쇄되었고, 상임위원회 일정이 모두 중단되는 등 초유의 입법 마비 사태 직전까지 갔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나 ‘온택트’ 같은 단어는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국회 셧다운과 맞물려 대면·종이 업무에 익숙했던 국회의 비효율을 이참에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원실에서 국민의힘 103곳 의원실 보좌진을 대상으로 직접 업무 비효율 관련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9%가 ‘없애야 할 비효율’로 ‘종이보고서’를 골랐고, 무려 94.5%는 다른 의원실이나 중앙당과의 업무 소통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또 계산해 보니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법안 발의’에 필요한 A4 용지 값으로만 약 10억 원이 쓰이고 있었다.

내 눈에는 해답이 보였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자문서를 활용해 법률안을 발의하면 되는 것이었다. 솔선수범해서 21대 국회 최초로 회람부터 공동발의, 의안과(議案課) 제출까지의 전 과정을 종이 한 장 없이 100% 전자시스템을 활용해 법안을 발의했다. 전자시스템 매뉴얼을 제작해서 각 의원실에 홍보하고 사용을 독려했다. 관행에 젖어 ‘종이 법안’을 선호하던 의원실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성과는 생각보다 빨랐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총 1000건이 넘는 법안이 전자문서 형태로 발의됐다. 전체 의원 발의 법안 중 절반이 넘는 수치다.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으로서 ‘디지털 협업 시스템’(그룹웨어)도 구축 중이다. 그룹웨어를 도입해 의원실과 의원실, 의원실과 정당 간의 업무 공유를 손쉽게 하고, 심지어 비상사태로 국회가 또 다시 폐쇄되더라도 보안과 업무효율을 동시에 최대화하는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룹웨어를 바탕으로 국회 업무를 디지털화한 후에는 전국에 있는 당원과의 디지털 소통 플랫폼을 구축해 정치의 영역을 온라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처럼 온 세상이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에서 과연 우리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작년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들도 내용은 그대로 둔 채 ‘뉴딜’이라는 꼬리표만 붙이면 올해 예산에 또다시 반영됐다. 디지털 뉴딜로 2025년까지 90만 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사업들을 들여다 보니 단기 아르바이트와 단순 반복 업무들 일색일 뿐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었다.

정부 부처 간 손발이 전혀 맞지 않는 사례들도 있다. 2020년 1학기 초등학생 평균 등교일이 37.5일에 불과하다 보니 교육부는 2021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초등학생 ‘온라인 튜터 사업’ 예산 487억2000만 원을 요구했다. 그런데 경찰청에서는 등하굣길 아동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활동을 강화하겠다며 ‘아동안전지킴이 사업’ 예산 42억6700만 원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재택수업 예산을 달라고 하고, 경찰은 학교에 오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지키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인류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미증유의 위기를 견뎌내고 있다. 바야흐로 대전환의 격동기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말로만 디지털 뉴딜’에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동시에 법인세를 올리고 각종 기업 규제까지 양산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기업규제 강화 법안이 229건이나 발의되는 동안 규제 완화나 기업활동 촉진법은 달랑 30건이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릴 때 정치는 3마일, 법은 1마일로 달린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규제 완화가 골목길을 헤맬 때 규제 강화는 나 홀로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가고 있다. 그 끝은 과연 어디일지, 그리고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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