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정보 관리 실태](하)아리송한 반출 심사 기준, 미진한 실적…가명정보 처리 사업 '산 넘어 산'

입력 2021-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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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3-18 17:02)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가명정보를 둘러싼 기업ㆍ기관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사업화를 위한 반출 심사 기준이나 운영 실적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기관들이 사업 리스크를 회피, 가명정보를 활용한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가명정보 핵심인 ‘반출 심사’…기준은 여전히 아리송 = 가명정보를 활용코자 하는 기업ㆍ기관의 가장 큰 우려로 ‘반출 심사’가 꼽힌다.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가명정보로 처리한 후, 활용을 위해 기업·기관 밖으로 반출하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명정보 본격 활용의 전초 단계로 심사가 활용되는 만큼, 해당 기준을 가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기업·기관이 반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반출여부를 심사하고, ‘적정’인 경우에만 반출을 승인하도록 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명정보가 상용화되면 반출한 내용이 추후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 혹은 반출한 내용이 재식별되지 않을지가 가장 큰 리스크”라며 “결합신청자도 결합전문기관도 ‘적정’이라는 기준을 뚜렷이 알지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출된 가명정보가 추후 타 데이터와 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되거나, 개인정보 처리 솔루션이 고도화돼 가명정보 처리된 데이터를 풀 수 있을 경우가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명정보 테스트베드에서는 반출 심사의 기준이나 절차를 가늠할 방법이 일절 없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가명정보 결합 반출 심사와 관련해 “실제로 지금 (가명정보) 결합이 이뤄진 사례가 금융 분야 말고는 없다”라며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신용정보원이나 데이터 전문기관에서 나름 기준을 정해 진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 지방 지원한다는데…참고할 실적은 ‘0’ =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지난 1월 연두업무보고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에 가명정보 활용지원센터를 구축해 중소 창업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밀착 지원하고, 가명처리 전문교육 등 인프라를 확충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개인정보위는 여러 차례 가명정보 테스트베드를 지역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혀왔다.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기관을 위해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를 제공하겠다는 것. 현재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모를 받고 있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 또한 “지역 소재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실제로 처리하고 지원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거리상의 한계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방 중소기업·기관의 수요를 해결하고,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는 식으로 가명정보 활용이 미진했던 문제를 풀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지역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 운영에 보탬이 될 사례나 지표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서울 송파구에 소재하고 있는 가명정보 테스트베드의 운영 실적을 참고해야 하는데, 이를 이용한 기업·기관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특히 스타트업의 이용 건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베드 운영 담당자는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지속되다 보니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해야 하는 가명정보 처리 업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가명정보 활용 활성화, 사업화까지는 갈 길 멀어 = 가명정보 반출 기준이나 운영 실적이 미비하다 보니, 가명정보 관련 사업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를 활용한 5대 분야 7개 결합 시범과제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효과 분석이나 연구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16일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업무계획 발표한 후 처음 방문한 곳이 암센터였다. 암 치료 이후 다른 질병에 추가적으로 걸리는지 등 암센터가 갖고 있는 자료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굉장히 유의미한 사업”이라며 “실제로 사업화 거의 바로 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증명될수록 사업화될 수 있는 하나의 루트가 생기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아직까지 가명정보 결합에 대해 조심스러워하시는 부분이 있지만 선제적으로 결합의 안전한 길을 보여드리면 (결합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라고 말했다.

활성화뿐 아니라 안전한 가명정보 이용을 위해 가명정보 파기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 또한 숙제로 남았다. 현행 가명정보 처리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처리 목적이 달성된 이후 가명정보를 파기하는 의무가 명시돼있진 않다.

이런 문제의식에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안에는 ‘가명정보 처리 특례 정비’를 포함했다. 가명정보도 파기의무 대상에 포함하고, 가명정보 결합 업무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신설하는 등 안전한 가명정보 처리환경을 완비하는 것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가명정보의 재식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처리 목적이 달성된 후 해당 가명정보를 파기하도록 하면 된다”라며 “아마 법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기업 측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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